한국에서 금융 자산을 10억원 넘게 보유한 부자가 올해 46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전체 인구 중 약 0.89%에 불과했지만 한국 전체 가계 금융 자산 중 약 60%를 차지했다. 한국 부자들은 가진 자산이 100억원 이상은 돼야 부자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내년 고수익을 낼 수 있을 유망한 투자처로 주식을 꼽았다.
17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금융 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인 ‘한국 부자’는 올해 45만6000명으로 지난해(42만4000명)보다 7.5%(3만2000명) 증가했다. 다만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주가지수 하락 등 영향으로 부자들이 보유한 금융 자산이 4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하면서다.
한국 부자는 전체 인구 중 0.89%에 불과했지만 한국 전체 가계 금융 자산 중 59%(2747조원)를 보유했다. 300억원 이상 금융 자산을 보유한 ‘초고자산가’는 9000명으로 전체 인구 중 0.02%(부자 중 1.9%)였다. 부자 중 70.6%(32만2200명)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살고 있고 이 중 45.4%(20만7300명)가 서울에 거주했다. 또 서울 부자 중 45%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에 집중됐다.
이런 한국 부자들은 금융 자산과 부동산 자산을 포함한 총자산 100억원을 부자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기준 금액은 100억원이 26.7%로 가장 많았고 △50억원(14%) △200억원(10.7%) 순이었다. 금액 구간별로는 100억원 미만과 이상이 각각 49.0%, 51.0였다. 이런 부자 기준은 2021년 총자산 7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아진 이후 3년째 부자 기준이 유지되고 있다.
100억원을 만들기 위해 부자들이 꼽은 부의 원천 1순위는 사업소득(31%)이었다. 이는 근로소득(11.3%) 대비 3배 가까이 많았다. 축적된 자산을 투자해 불리는 수단으로 부동산 투자(24.5%)가 금융 투자(13.3%)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이어 △상속·증여(20%) △금융 투자(13.3%) 순이었다. 이른바 ‘금수저형’ 부자는 사무직 근로자(18.8%)와 30대(15%) 비중이 컸다. 2021년 이후 근로소득으로 부자에 진입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자산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들은 1년 이내에 가장 단기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로 주식(47.8%)을 꼽았다. 이어 △거주용 주택(46.5%) △금·보석(31.8%) △거주용 외 주택(31.0%) 순이었다. 황원경 KB금융 경영연구소 부장은 “주식은 지난해 조사에서는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위치했다”면서도 “하지만 고금리 시대 장기화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인플레이션 등 국제·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산 가치 하락이 큰 부동산보다 개별 종목을 선택해 투자할 수 있는 주식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에도 안전자산인 예·적금 금액을 늘리는 동시에 주식시장 전망에 대한 평가를 높이면서 주식 투자를 늘리려는 이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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