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부활하고 ‘코미디 로얄’ 론칭
“코미디언 등용문 역할, 유튜브로 옮겨간지 오래”
한국 최초의 코미디 프로그램은 ‘웃으면 복이 와요’다. 1969년 8월 MBC 개국 첫 주부터 방송됐고 1970년대 TV의 대중화와 함께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전화 설문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이 프로그램은 무려 70%의 시청률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는 KBS ‘유머 일번지’를 탄생시켰고 ‘개그 콘서트’(KBS2) ‘웃음을 찾는 사람들’(SBS) ‘코미디 빅리그’(tvN) 등으로 이어져 왔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이제 그 인지도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상 힘을 잃은지 오래다. 2010년 ‘웃찾사’가 종영하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최대 전성기를 이끈 ‘개그콘서트’ 역시 떨어지는 화제성으로 2020년 한 차례 휴지기를 가졌다. 최근까지 유일했던 프로그램인 ‘코미디 빅리그’까지 지난 9월을 끝으로 휴지기를 가지면서 대중에겐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종말처럼 읽혀졌다.
‘코미디 빅리그’도 앞서 ‘개그콘서트’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포맷과 소재 개발을 위한 휴지기”라고 밝혔지만, 이미 폐지 수순을 밟고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청률도 0%대까지 떨어지면서 존재감이 미미해진 터라, 퇴장마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처지였다.
얼마 전 KBS가 ‘개그콘서트’의 방영을 재개하고, 넷플릭스에서 ‘코미디 로얄’이 새롭게 방영되고 있지만 이를 공개 코미디의 부활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시선도 짙다. 실제로 이 두 프로그램들에 대한 반응도 예상보다 뜨뜻미지근하다.
‘개그콘서트’ 휴식기 가장 우려했던 점은, 당시 수많은 ‘코미디언 백수’가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신인 코미디언의 등용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얼마 전 ‘코미디 빅리그’ 출신 개그맨들이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해 신인 코미디언들의 활로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하나의 등용문 역할을 하던 창구를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코미디언들은 이미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내고 있다. 현재도 유튜브에서 다양한 형태의 채널을 운영하면서 또 다른 코미디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사실상 TV가 유일한 코미디언 등용문의 역할을 해왔던 과거와는 엄연히 다른 분위기란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개그맨 A씨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쇠락하기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코미디언들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던 중 ‘개그콘서트’가 휴지기를 갖게 되면서 오히려 유튜브로 자리를 옮긴 코미디언들이 더 주목을 받게 된 것”이라며 “TV가 대중에게 가장 익숙했던 과거엔 코미디언 등용문의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는 그 역할을 유튜브가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공개 프로그램의 위기가 전체 코미디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TV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쇠락이 ‘한국의 코미디는 끝났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다. 그는 “코미디언들은 유일했던 통로인 TV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잃게 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냈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위기를 맞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코미디 시장 전체가 침체기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물론 코미디의 한 장르가 수명을 다했다는 것에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방송사에 묶여있던 코미디언들이 오프라인 코미디, 유튜브, 넷플릭스 등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개그콘서트’나 ‘코미디빅리그’ 같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과 달리, 다른 형태의 코미디는 계속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당장 KBS는 개콘을 비롯해 과거 자사를 통해 방송했던 코미디 프로그램인 ‘유머 1번지’ ‘쇼 비디오 자키’ ‘폭소클럽’ 등 클립을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크큭티비’를 2018년부터 운영 중인데, 현재 구독자수가 78만명에 달한다. 조회수도 많게는 1000만회를 넘어서고 최신 영상들도 1만회를 손쉽게 넘어선다.
한 방송 관계자는 “유튜브가 한국에서 보편적 매체가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코미디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예능 역시 방송 시청률보단 유튜브 클립이나 OTT를 통한 시청으로 형태가 바뀌는 것처럼 코미디 역시 온라인을 통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TV를 통한 공개 코미디의 쇠락에 슬퍼하기보다 왜 쇠락했는지, 그렇다면 어떤 코미디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또 다른 쇠락을 겪지 않기 위해 지속가능한 코미디를 생산할 수는 없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