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김한길도 직간접 거론…김웅 “그러다 지면 탄핵”에 이용과 고성 설전
당정관계 재정립 요구도 분출…”용산에 쓴소리” “수평적 관계” “대통령 변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류미나 김치연 기자 = 국민의힘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기준과 적임자 등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오전 10시부터 1시간45분가량 진행된 의총에서 의원 20명가량이 발언대에 올랐고, 주로 누가 비대위원장으로 적임자인지, 인선 기준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한지를 두고 찬반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은 한동훈 장관이 인지도가 높고 참신하다는 점 등을 들어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했지만, 비윤(비윤석열)계는 현실 정치 경험이 없는 점, 대통령 최측근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모양새가 좋지 않게 비칠 수 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친윤계에서 포문을 연 건 재선 김성원 의원과 초선 비례대표 지성호 의원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위기를 뚫고 당을 총선 승리로 이끌 사람은 한 장관”이라며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원인 재선 김석기 의원도 “한 장관을 삼고초려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러자 비윤계 초선 김웅 의원은 “당 지지율이 낮은데 대통령 아바타인 한 장관으로 어떻게 총선을 치를 수 있냐. 오늘 의총이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에게 하듯, 한 장관을 새 영도자로 추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냐”라며 강하게 반대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그러다 총선에서 지면 또 탄핵당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자, 친윤 직계로 불리는 이용 의원이 “탄핵이라는 단어를 왜 언급하나”라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이 다시 “나야말로 탄핵이 제일 안 됐으면 하고 제일 바라는 사람이다. 좀 들어보라”고 맞받는 등 잠시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비주류 재선 이용호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에게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히 나왔다. 정치력 있는 사람이 와야 된다는 의견이 절반이고, 한 장관 같은 사람이 와서 새로 해야 한다는 사람이 일부 있다”고 말했다.
비주류 중진 하태경 의원도 한 장관 비대위원장 논의와 관련해 “‘참신하고 지지도가 높으니까 하자’는 의견과 ‘아직 검증이 안 됐다’는 의견이 엇갈렸다”고 했다.
의총에서 한 장관 외에 비대위원장감으로 직·간접적으로 거론된 인사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었다고 한다.
4선 중진 김학용 의원은 의총 발언에서 “수도권에서 승리하려면 (비대위원장에) 한 장관은 안 된다”면서 “원희룡 장관이 어떤가”라고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호 의원은 의총에서 “이기는 비대위를 만들려면 정치 경험이 많은 사람, 선거를 실질적으로 지휘할 수 있고 선거를 치러본 사람이 와야 한다. 또 수도권 선거에서 승패가 나는데 중도 외연 확장이 가능한 사람이 와야 한다”면서 “대통령과 신뢰가 있어서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이 의원의 이 발언이 김한길 위원장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의총에서는 비윤계를 중심으로 당정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용산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비대위를 이끌어야 한다”, “수직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제기됐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초선 허은아 의원은 의총에서 “민심이 바라는 건 대통령의 획기적인 변화다. 오늘이라도 우리가 총의를 모아 대통령께 간곡히 요구해야 한다. 다 같이 용산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페이스북에 발언 전문을 공개했다.
이밖에 수도권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 확장이 필요하다는 의견, 윤 대통령에 대한 공개 비판을 이어가는 이준석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품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의원이 냈다고 한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의총 후 기자들에게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직접 이름을 거명한 분도 있고 기준을 이야기한 분들도 있는데 여러 가지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이 내가 처음 제시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기준인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고 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 총선 승리를 위해 우리 당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나 실력을 갖춘 분’이라는 기준에 대부분 공감해주셨다”며 “그 기준에 맞는 분을 뽑는 데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앞으로도 듣겠다”고 했다.
yjkim84@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