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최근 가계·기업 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금융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높은 가계부채 비율은 점차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나, 추후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더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기업대출도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가계·기업 대출 증가세 계속
한은은 14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최근 가계·기업부채 상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확대되고 기업대출도 크게 늘면서 민간부문 중심의 매크로 레버리지 누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의 경우 한은의 긴축 통화정책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지만 올해 4월부터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다시 증가 전환했다. 이후 등락을 이어가다가 10월 상당폭 확대됐고, 지난달에도 주택담보대출(5조8000억원)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기업대출 역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기업들이 은행채 발행 규모 확대와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회사채 발행 대신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을 선호한 영향이다. 특히 업종별 대출금 비중을 살펴보면 부동산업의 대출 집중도가 오름세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안정화 전망…주택시장은 변수
한은은 향후 가계대출 규모는 주택 매매 거래량 감소와 정부의 관리 강화가 본격화되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당분간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주택시장 상황, 정부 정책 등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아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향후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주택 매매가격은 7월 이후 상승폭이 확대되다가 10월 중 소폭 둔화한 데 이어 가격상승 기대도 다소 하락했고, 전세가격은 전세수요 증가로 인해 8월 이후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 전환한 뒤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주택시장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이와 연계된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부채 규모도 가늠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기업대출의 경우 당분간 회사채 발행을 대신해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출 연체율 상승…유의해야
한은은 가계·기업대출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향후 부동산 시장의 하방 리스크로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대출의 신규 연체는 취약차주와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고, 기업대출은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른 건설 및 부동산업 연체의 꾸준한 발생으로 역시 비은행권에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중이다.
한은은 “가계·기업 부채가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명목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완만하게 낮아질 수 있도록 바람직한 정책 조합의 일관된 시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르던 가계대출 금리…”하락 압력 커질 것”
최근 오름세를 보인 가계대출 금리는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 8월 오름세로 돌아선 이후 10월에는 상승폭이 확대됐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모두 금리가 상승했고, 주택담보대출 중에서는 고정금리형이 변동금리형보다 더 크게 올랐다.
이는 장·단기 지표금리가 크게 상승한 영향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 장기화 우려 등으로 장기 지표금리(은행채 5년)와 단기 지표금리(은행채 3·6개월·1년·코픽스)가 오름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10월 중 가계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 데에는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우대금리 축소)도 일부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9월까지는 주택담보대출 취급 경쟁에 나선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하가 대출금리 상승을 제한했으나, 10월 들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금리 상승폭이 확대됐다.
한은은 “8~10월 중 가계대출 금리 변동요인을 국내 및 해외요인으로 구분해 보면 고정금리 주담대는 해외요인에, 변동금리 주담대와 신용대출은 국내요인에 더 크게 영향받아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향후 가계대출 금리는 11월 중 장기 지표금리 급락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고정금리형 주담대를 중심으로 하락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 지표금리 상승과 함께 가산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하락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 파급경로에 작용할 수 있는 교란 요인들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시장 수급 여건, 은행의 대출태도 등 대출금리 결정 요인들의 전개 상황과 파급영향에 따른 가계대출 흐름 변화 등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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