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티어 42개국, 내년 상환액 2000억 달러
볼리비아, 튀니지 등 국채 이미 디폴트 수준
나이지리아, 부채 상환액 정부 재정보다 많아
파키스탄, 구급차 보낼 여유조차 없어
전문가 “30년 만의 최악 위기”
막대한 부채에 허덕이는 글로벌 최빈국들이 빚을 갚느라 정작 경제성장에 필요한 개발 프로젝트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고스란히 부채 상환에 들어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금융협회(IIF)가 ‘프런티어 마켓’으로 분류한 42개국 부채는 6월 말 기준 3조5000억 달러(약 4540조 원)에 육박했다. 10년 전보다 약 2배 확대된 규모다. 프런티어는 신흥시장 내에서도 가장 빈곤한 국가들을 분리해 지칭하는 용어다.
이들 저소득국이 내년 갚아야 할 채권과 기타 대출금만 2000억 달러에 달한다. 볼리비아와 에티오피아, 튀니지 등 10여 개국이 발행한 국채는 이미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있거나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지 시장이 작아 투자자들을 불러모으기 어려운 데다 병원과 도로, 학교 등 주요 인프라에 지출할 자금을 글로벌 대출 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터라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파키스탄은 의료 예산보다 이자 상환액이 8배나 많다 보니 정부가 사고현장에 구급차를 보낼 여유조차 없어 민간 서비스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온두라스엔 설립한 지 50~80년 된 병원들이 많지만, 건물 천장이 무너지고 누수가 심해져도 고칠 여유가 없다.
아프리카 대표 경제 대국인 나이지리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기준 나이지리아 부채 상환액은 75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연간 재정 규모보다 9억 달러나 큰 규모다. 결국, 국가가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빚 갚는데 쓴 것이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의 페넬로페 호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들이 선진국이었다면 우린 이미 이 상황을 부채 위기라고 불렀을 것”이라며 “현재 개발도상국들은 그들의 부채를 갚기 위해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전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던 시절에도 자국민에게 현금을 대거 지원하던 선진국과 달리 이들은 계속 외부 차입금을 늘려야 했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그간 높은 금리를 오랜 기간 유지해오면서 저소득국의 채권 시장은 더 말라갔다. 소냐 깁스 IIF 상임 전무이사는 “글로벌 금리는 상당히 높다”며 “미국 국채로부터 4~5%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면 저소득국 시장의 투자 인센티브는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미국이나 유럽이 통화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언제든 자국 통화로 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다른 국가 통화에 의지하는 저소득국은 인플레이션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달리 손쓸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프런티어 시장을 전문으로 다루는 툰드라폰더AB의 마티아스 마틴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위기는 이들 국가에 있어 최근 30년 중 최악”이라고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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