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에 이어 네덜란드 ASML까지 점유율 기준 반도체 장비 업계 ‘톱3’가 모두 한국에 연구·개발(R&D) 둥지를 틀게 됐다. 세계 반도체 시장 주요 사업자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안방’에서 얻을 수 있는 사업 시너지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4일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와 ASML이 공동 운영하게 될 R&D 센터가 어느 지역에 들어설지 주목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12일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초미세 공정에 필수로 쓰이는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개발 목적으로 국내 수도권에 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R&D 센터가 경기도 화성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ASML이 화성 동탄2도시에 한국 지사 신사옥과 트레이닝 센터, 장비 수리 관련 재제조센터 등을 포함한 ‘뉴 캠퍼스’를 2025년 완공 목표로 조성 중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거점인 화성 캠퍼스가 뉴 캠퍼스 옆에 있는 점도 부지 선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화성 캠퍼스엔 ASML EUV 장비가 설치된 생산 라인이 운영 중이다.
경기도 평택이나 용인도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평택에는 ASML 국내 사무소가 있고 삼성전자 역시 평택 캠퍼스를 통해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키우고 있다. 용인에는 삼성전자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이 들어설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될 예정이다.
2위 업체인 ASML까지 포함하면 한국은 반도체 장비 톱3 기업의 R&D 센터를 모두 품에 안게 된다. 업계 3위인 미국 램리서치는 지난해 4월 용인 자곡동에 3만㎡ 규모의 종합 R&D 시설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를 선보였다. 1위 기업 AMAT는 지난해 국내에 R&D 센터를 세우겠다고 예고한 상태로 현재 부지 물색 중이다. 부지 선정이 마무리되면 내년 상반기에 R&D 센터 설립 관련 세부 계획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한국에 R&D센터를 세우는 것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안방’인 한국에서 기술 개발 협력 및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어서다. 고객사 인근에서 유지보수 등 여러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한 반도체 장비 사업 특성 역시 관련 기업의 국내 투자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 매출 비중은 상위권이다. AMAT의 한국 비중(18%)은 중국(27%), 대만(21%)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ASML 한국 비중 역시 29%(지난해 기준)로 대만(38%)에 이어 2위다. 램리서치 지역별 매출에서 한국은 3위로 우리 기업의 중국 공장까지 포함하면 실제 순위는 2위로 올라간다.
이상원 램리서치 한국법인 총괄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D램 시장의 75% 비중을 차지할 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55%를 차지한 곳”이라며 “큰 고객이 둘이나 있기 때문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닝크 ASML CEO 역시 “한국 고객 비즈니스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며 고객사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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