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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부자행세’ 단골 시그니엘…집주인들 “단기임차인 직업 확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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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상징’이 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이 사기꾼의 부유층 행세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과거 타워팰리스처럼 비싼 주거비용과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라는 상징성을 범죄에 악용하는 것이다.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법적으로 단기 임대가 가능한 오피스텔이기 때문에 ‘단기에 치고 빠지려는’ 사기꾼들이 재력 과시용으로 이용하게끔 만든다.


전청조·라덕연…시그니엘 선택한 사기범들

대표적인 시그니엘 악용 사기범이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씨의 결혼 상대였던 전청조이다. 지난달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청조는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시그니엘 레지던스를 3개월 단기 임차해 거주했다. 전씨가 임대인에게 지불한 월세는 3500만원이었다. 전씨는 피해자들을 이곳에 초대해 부자인 척 자신을 과시하면서 현혹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32명, 피해액은 36억9000만원이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주범 라덕연 호안 대표도 비밀 사무실로 시그니엘을 선택했다. 라덕연은 이곳에서 핵심 일당과 투자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경 사건 브로커’ 사건의 수사 무마를 청탁한 혐의를 받는 탁모씨는 또 다른 범행인 코인사기를 위한 장소로 시그니엘 호텔을 선택했다. 8억8500만원 상당의 코인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탁씨는 시그니엘 호텔로 각각 피해자들을 불러 투자수익을 내주겠다며 코인과 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사기범 접근 쉬운 월세 위주…임대인도 단기임대 ‘경계’

2017년 준공된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현재 국내 최고급 주거시설로 손꼽힌다. 123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 42~71층에 223세대가 조성돼있다. 엄격한 보안을 유지하며 최고급 주거 서비스를 제공해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 인사가 다수 거주 중이다.

전용면적 133㎡부터 829㎡까지 타입이 다양하고, 매매가는 65억~320억원에 형성돼 있다. 전세 시세도 56억~80억원이다 보니 상당수는 월세로 나온다. 13일 기준 네이버부동산에 올라온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월세 물건은 75건으로 매매(57건), 전세(9건)보다 많다. 이 중에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500만원 매물 1개와 보증금 3억원에 월세 4000만원짜리 매물 2개 등 즉시 입주가 가능한 단기임대 매물도 3건이다.

시그니엘을 악용한 사기 범행이 잇따르면서 임대인들의 경계심도 커졌다고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전했다. 특히 단기임대 매물을 내놓은 임대인들은 임대 조건을 추가하고 있다고 한다. 해당 레지던스에 초단기 월세로 입주해 범죄에 악용하거나, 실제로는 경제력이 없는 사기꾼들이 고액 월세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시그니엘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단기임대 세입자가 월세를 체납하는 경우가 있어 초단기의 경우 임대 기간만큼 월세를 미리 받거나 보증금을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청조 사기 사건 이후 3개월 이하의 초단기 계약은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생겼다”며 “임차인이 명확하게 어떤 사업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임대인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시그니엘 ‘부의 상징성’ 범죄에 악용”

박원갑 KB부동산 전문위원은 “부의 상징이자 동경의 대상이 된 시그니엘에 산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신분이 돼버린 셈”이라며 “경비 보안이 까다로워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 이곳에 사는 사람을 특별하게 느껴지게 하는 후광효과를 강화시켰고, 사기꾼들이 이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부동산조사업체 김학렬 스마트튜브 연구소장은 “예전에는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대표적인 재력 과시용으로 거주지였는데 요즘은 시그니엘이 서울의 신흥 부자, 일명 ‘영리치’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겼다”며 “시그니엘 장기 임대에는 거액이 필요하므로 사기 범죄자들이 가용 범위 내의 금액으로 단기 임대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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