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을 공식화했다.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적 동맹’에 이어 두 번째 동맹국이 탄생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헤이그에서 뤼터 총리와 취임 후 4번째 정상회담을 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반도체 분야로 한정하긴 했지만 동맹은 국가 간 관계에서 최상위 우호관계를 의미한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동맹은 초격차를 유지하고 최첨단 기술을 함께 구축해 나가기 위해 중요한 과학 기술적인 문제들을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고,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뤼터 총리도 “한국은 언제나 중요한 파트너였지만 지난 1년 반 정도 정말 발전해 전대미문의 협력 관계에 도달했다”고 화답했다.
양국은 경제 안보에서 핵심 이익을 결정하는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함께 돌파하는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외교 당국은 ‘경제안보 대화’, 산업 당국은 반도체 정책 조율을 위한 ‘반도체 대화’를 신설한다. 핵심 품목 공급망 협력 업무협약(MOU)을 바탕으로 한 공급망 협의체도 추진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반도체 분야에서 양국이 평시 각별한 협력을 도모하는 가운데 위기 발생 시에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 극복 시나리오를 함께 집행해 가고 이행해 가는 동맹관계”라고 설명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으로 전보다 더 유연하게 우리나라가 장비를 조달하는 데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네덜란드는 세계 유일한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 기업 ASML 등 반도체 소재‧장비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한국과 네덜란드 모두 공동성명에 특정 국가와 반도체 동맹을 명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빈 방문을 떠나기 전부터 국가안보실이 집중적으로 치열한 협상을 벌였고, 네덜란드도 깊은 고민 끝에 반도체 동맹을 공식 명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반도체 동맹 체결은 상호 보완적 구조를 지닌 양국 간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를 더욱 긴밀하게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윤 대통령은 1907년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던 ‘리더잘(기사의 전당)’과 이준 열사 기념관을 방문해 순국선열을 추모했다. 대한제국 고종이 당시 이준·이상설·이위종 등 특사를 파견해 일제가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고자 했지만 강대국들 무관심에 뜻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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