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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산책]’연결과 교류의 장으로’ 아르코미술관 50주년 기념展

아시아경제 조회수  

“통상 주도적으로 작가를 선정하는 미술관의 권한을 내려놓고, 다양한 사람들의 공동 참여를 통해 미술관을 하나의 연결 공간으로 상정했다”

개관 50주년을 맞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은 기념전시 ‘어디로 주름이 지나가는가’를 내년 3월 10일까지 개최한다. 앞서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시를 기획한 차승주 큐레이터는 “미술관의 현재가 접점의 궤적과 경로의 경과물이라는 점에서 미술관의 미래가 어떤 접점들로 그려질 것인지를 탐구하며 기획한 전시”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개관 몇 주년’을 기념하는 일반적인 전시와 달리 아르코미술관은 예술 주체의 교류와 소통에 아낌없이 공간을 내어주며 ‘함께 성장하는 전시장’임을 이번 전시를 통해 천명한다. 임근혜 관장은 이번 기념전의 기획 의도에 대해 “다양한 예술 주체가 교류하고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장소로서 기능을 다 해온 아르코미술관의 과거, 그리고 앞으로의 지향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각각 다른 관계성을 가진 작가들로 구성된 9개 팀, 22명이 참여했다. 과거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에게 교류하고 싶은 다른 세대 작가를 추천받아 전시작가를 선정해 팀이 꾸려졌다. 이를 통해 서용선·김민우·여송주, 신학철·김기라, 박기원·이진형, 이용백·진기종, 정정엽·장파, 조숙진·이희준, 최진욱·박유미, 채우승·최수련, 홍명섭·김희라 등 서로 다른 9개 팀의 신작을 포함한 작품 200여점(아카이브 자료 포함)이 관람객과 만난다.

추천 작가 80% 이상은 아르코미술관에서 처음 전시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는 동시대 작가뿐만 아니라 미술관 전시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겼던 고(故) 공성훈, 김차섭, 조성묵 작가의 유작과 미발표작도 함께 선보인다.

한국 근현대사와 민중의 애환을 담은 회화작업으로 유명한 신학철 작가는 김기라 작가와 한국 사회의 다양한 공동체, 정치, 이념, 집단, 상처, 세대 갈등 등의 개념에서 출발해 개인과 집단의 욕망과 현상이 변질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신 작가는 대작 ‘일본 관동 대지진 조선인 대학살’을 통해 1923년 일본군 주도로 벌어진 조선인 학살을 묘사한 대형 회화 작업을 묘사하고, 김 작가는 이에 대한 오마주로 시대 정신을 공유하는 인간의 고통을 깊이 있게 사유할 수 있는 신작 영상을 공개한다.

표현주의 회화 계보 속에서 독창적 화업을 이어온 서용선 작가는 최근 작업 ‘암태도 소작쟁의’에 관한 드로잉 작업을 선보인다. 여송주 작가, 김민우 작가와 협업을 통해 서 작가는 기존 작업 형식을 확장한 오브제 및 미디어 작품을 전시한다. 소리에 반응하는 미디어 공간과 실체에 대한 조형적 실험작업은 실체와 사물과의 관계를 통해 표현의 주제이자 대상이었던 인간의 형상을 역동적으로 표현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용백 작가는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진기종 작가와 교류하면서 독립된 작업을 공통의 사유를 바탕으로 하나로 통합하는 시도에 나선다. ‘오류 부호: 포탈’이란 작품으로 집약된 작업은 지구 종말론적 위기에 대한 이야기로 전달된다. 눈앞의 평범한 풍경이 모두 가상 세계의 환영이었음을 관객은 에러 메시지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현실과 가상에서 밤바다와 블루스크린 화면을 오가는 디오라마 세트장의 극적 미장센은 관객에게 ‘인류의 미래는 무엇을 향하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각각 미국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조숙진 작가와 이희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작업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과 도시의 풍경 안에서 서로 다른 시차를 두고 ‘추상’이란 언어를 기반으로 상호 교류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과 건물이 상호작용하며 독특한 미적 특질을 형성한 공간 또는 사람들이 더 관심 갖지 않는 재료, 쓰고 버린 나무나 가구 등을 수집해 축적된 흔적을 살리고 아름다움과 생명성을 찾아 작품으로 만들어온 조 작가의 작업을 면밀히 관찰하고 상상하며 얻은 감각을 토대로 이 작가는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이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이면과 표면을 설치와 회화의 지지체로 삼고 추상의 방법론으로 서로의 작업을 연결하려는 새로운 시도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를 활용하여 공간에 대한 감각과 경험의 방식을 변화시켜 온 박기원 작가는 전시에서 최근의 가구 작업을 출품하고, 서로의 작업 방식에 대한 방법론 교환을 통한 대화의 결과로 박 작가의 회화와 이 작가 회화 세 점을 그린 후 이어 붙여 서로에 대한 오마주 작업을 선보인다.

정정엽 작가는 장파 작가와 교류하며 발산하는 에너지를 주목하고, 서로 다른 세대와 화합하고 충돌하는 지점에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장파 작가의 작업에 등장하는 여성 신화 이미지와 인간 외 생명의 군무가 여성 신과 어우러지는 측면을 나방으로 형상화하여 마치 이들을 전시장에 떠도는 생명체처럼 구현한다.

오랜 시간 사제 간으로 연을 맺어온 최진욱 작가와 박유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박 작가의 ‘여성어부’를 둘러싼 주제를 최 작가의 회화 매체를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킨다. 이는 최 작가가 박 작가의 주제 속으로 기꺼이 스며들거나 잠입하는 일종의 작업적 주석이자 화답으로 나아간다.

채우승, 최수련 작가는 서로의 작업 태도에 대한 호기심으로 교류를 결심하게 됐다. 이번 전시에서 두 사람은 이미지와 텍스트의 혼용 방식, 토속 신앙이나 한 사회의 신화적 이미지에 대한 공통의 관심을 바탕으로 서로의 작업이 한 공간 안에서 어떻게 서로 침투하고 화답하는지 그 방식을 엿보고 이를 관객에게 여실히 보여준다.

아르코미술관은 1974년 종로구 관훈동에서 개관해 1979년에 동숭동으로 이전해 오늘에 이른다. 초기 십여 년 동안 대관 전시 중심의 운영 시기를 지나 1990년 후반부터는 간헐적으로 자체 기획전을 추진했다. 이후 마로니에미술관(2002년), 아르코미술관(2005년)으로 개칭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체 기획전 중심의 미술관으로서 자리매김했다.

전시명 ‘어디로 주름이 지나가는가’는 들뢰즈의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의 한 문구에서 차용한 문장이다. 임 관장은 “사유체계로서 주름이 지닌 과거와 미래의 접점, 여러 흔적과 접촉의 계기로 생긴 다양체의 속성을 전시에 접목하고자 했다”며 “이를 통해 미술관의 현재가 접점의 궤적과 경로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살펴보고, ‘미술관의 미래가 어떤 접점들로 그려질 것인가?’를 사유한 전시로 관객에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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