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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우주전쟁]③미국 허가 없이는 위성 못 올리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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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주도의 우주 산업 개발이 민간 주도로 전환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렸지만, 아직 정부 당국, 국회가 할 일은 남아있다. 국내 우주 산업 진흥을 가로막는 규제를 해소하고 국가가 소유한 기술을 민간 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 기술로 만든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데도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외적 상황과 민간으로 기술 이전을 도울 우주항공청 설립은 우주 강국 도약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ITAR 면제국 지위 획득 시급”

국내 우주 항공 업계에서 숙원으로 여겨지는 대표적인 규제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따른 ITAR(국제무기거래규정)이다.

MTCR은 1987년 미국과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주요 7개국(G7) 국가들이 만든 다자간 협의체다. 이 협의체를 주도한 미국은 ITAR을 만들어 미국산 전략 부품이 들어간 인공위성 등을 다른 나라 발사체로 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산 핵심 부품 ‘자이로스코프’가 대표적인 ITAR 제한 품목이다. 자이로스코프는 우주 공간에서 위성의 자세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ITAR 탓에 한국은 자체 발사체 기술을 가졌음에도 미국의 허가 없이는 인공위성 탑재가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위성을 발사할 때마다 이 로켓에 실어도 되는지 미국에 문의한다”며 “과거엔 러시아 로켓도 허용했지만, 최근엔 미·러 관계가 나빠지면서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추후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달 착륙선 등에 대한 임무 수행 자체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민간기업의 우주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ITAR 완화를 통한 수출 허가 면제국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누리호에 실려 쏘아 올려진 한국천문연구원의 소형 편대 위성 도요샛(4기)조차도 누리호에 탑재하기까지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도요샛에는 ITAR가 규제하는 핵심 부품이 들어가 있지 않지만, MTCR에서 아직 인정하지 않는 누리호에 실린다는 이유였다.

천문연 관계자는 “도요샛이 ITAR 규제 대상은 아님에도 미 국무부가 비확산정책에 근거해 도요샛을 활용해 천문연과 미항공우주국(NASA·나사)가 협력 연구를 수행하는 것을 반대했지만 순수과학연구 목적으로 누리호를 통해 발사하는 것에 대해 예외를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가 ‘ITAR 예외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외교적으로 노력하고 있고, 조금씩 성과를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후 발표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은 “한미 양측은 한미간 상업 우주 협력 강화를 촉구했으며, 양국 간 확대된 상업 및 정부간 우주 협력 기반을 제공하는 위성 및 위성 부품에 관한 수출통제 정책을 미국이 최근 명확히 한 것을 환영했다”고 밝혔다.

‘위성 부품에 관한 수출통제 정책’이라는 문구는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이 지난 3월 ‘새틀라이트 2023’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내용을 지칭한 것이다.

그레이브스 부장관은 당시 “MTCR 회원국들에게 위성 및 위성 부품 수출 허가신청은 미국이 장려하지 않는 발사체인 경우에도 이제 거절 추정으로 검토되는 것이 아닌 경우에 따라 개별적으로 검토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MTCR 국가 이외의 신뢰하지 않는 발사체를 가진 국가에서 발사하는 것을 아예 허용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사안별로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규제 완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공동성명에 ‘위성 및 위성 부품에 관한 수출통제 정책’을 명시함으로써 상무부 부장관의 발언이 사실상 공식 확인된 것으로 본다”라면서도 “실제로 정책변화에 따라 수출허가가 이뤄지는 사례가 생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항공청 설립 ‘하세월’

ITAR 완화가 대외적 숙원 사업이라면 국내에서 해결해야 가장 시급한 이슈로는 ‘우주항공청(우주청)’ 설립이 꼽힌다. 우주청은 국가를 대표하는 우주항공 전담조직으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구체화해 나가는 역할을 한다. 미국으로 치면 나사에 대응한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주도의 우주산업이 민간 주도로 변화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우주청이 민간으로의 기술 이전과 산업 육성 등의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연내 우주항공청 개청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오랜시간 계류되고, 안건조정위원회에서는 미합의 종료되는 등 아직 국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는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을 우주항공청 산하기관으로 두는 조항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정확히는 부칙에 있는 ‘항우연과 천문연의 우주항공청 이관을 추진한다’는 문구다. 야당 측이 ‘추진한다’는 문구가 두 기관의 우주청 편입을 보장할 수 없다고 문제 삼으면서 논의가 지체되고 있다.

우주청 설립이 늦어질수록 민간으로의 기술 이전뿐만 아니라 해외 글로벌 기업과의 선진기술협력 추진 어려움 등으로 국내 항공우주산업은 글로벌 강국 도약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것이란게 우주 항공 업계의 입장이다.

최근 누리호 기술유출 의혹에 대한 검찰의 항공우주연구원 수사는 우주청의 필요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직을 앞둔 항우연 연구자 4명이 항우연의 누리호 기술자료를 수차례 열람했는데, 검찰은 이 같은 행위가 위법했는지 여부를 두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뉴스페이스 시대 기술 이전과 인력 교류의 바람직한 모델이 정립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우주청과 같은 콘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만약 우주청이 제때 설립, 운영됐다면 인적 이동·기술 유출과 같은 일로 수사가 이뤄지는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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