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후 매도 리포트 활성화 기대↑
투자자 반응·주관적 판단 고려해야
증권업계에서 인공지능(AI) 애널리스트 도입 및 활용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매수 일색인 국내 증권사의 종목별 투자의견 보고서에도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그동안 보고서에서 ‘매수’ 비중이 약 90%에 달하는 등 심한 불균형으로 하락한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이를 활용하는 증권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중 AI 애널리스트를 도입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단계로 알려졌다.
앞서 AI 애널리스트를 도입한 한국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각각 ‘AI 애널리스트 한지아’와 ‘유진 AI 애널리스트’를 개발한 뒤 보고서 작성·투자 서비스 제공에 활용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힘입어 향후 AI 애널리스트가 본격 도입될 경우 매도 보고서가 등장해 ‘매수 쏠림’ 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증권사의 종목별 투자의견 보고서는 매도 대비 매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금융당국까지 나서 매도 보고서 활성화를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본총액이 높은 국내 증권사 20곳(미래에셋·삼성·KB·NH·한국투자·교보·다올·대신·메리츠·신영·신한·유진투자·키움·하나·하이투자·한화·현대차·BNK·DB금융·IBK) 중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도 보고서를 한 건도 제시하지 않은 증권사는 무려 15곳에 달한다.
이 결과 증권사 20곳의 평균 매수 의견 비중은 91.2%다. 반면 매도 보고서를 낸 증권사 5곳의 평균 매도 의견 비중은 0.76%에 불과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AI 애널리스트가 도입될 시 다양한 투자의견을 제시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증권사에서 활용된 AI가 각종 뉴스·기업정보를 모니터링한 뒤 리포트를 작성한 점을 고려하면 애널리스트의 개입 없는 보고서가 다양하게 완성될 것이란 설명이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특정 종목에 대해 투자자의 의견과 상반된 입장을 드러내면 밤낮으로 공격을 받는 일이 빈번했다”며 “AI 애널리스트의 경우 투자자의 반응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 지금보다 폭 넓은 투자 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AI 애널리스트 기능이 특정 종목에 대한 분석이나 전망을 제시하겠지만 직접적인 투자의견 보고서를 내놓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재 활용되는 AI 기술이 공개된 정보에 한해 기업을 파악하거나 딥러닝을 통해 학습을 거친 뒤 특정 종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투자자에게 매도·매수 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는 만큼 향후 출시되거나 강화될 기능에 적용될 확률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매수 의견 쏠림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개선방안도 정해지지 않은데다 특정 종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힐 경우 투자자로부터 각종 비난과 항의를 받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 반응에 신경을 둘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기능이 활용해 투자의견 보고서를 작성해도 회사 측에서 제공되는 자료이기에 내용의 사실관계 확인 등과 같은 검토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투자 의견은 애널리스트의 주관적인 판단인 점도 고려하면 AI에게 맡기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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