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참석한 가운데 1조 공동투자 MOU…삼성 기술력 제고 기대
반도체 협력→동맹 격상되며 EUV 노광장비 확보에도 유리
SK하이닉스-ASML,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개발 협력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과의 연구개발(R&D) 시설 공동투자와 초미세공정 공동개발이라는 두둑한 선물을 안고 귀국하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가 ASML과 극자외선(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개발에서 협력키로 하는 등 윤 대통령이 이번 해외순방을 통해 이뤄낸 한국-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의 성과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모두 누리게 됐다.
윤 대통령과 한국 반도체 기업 대표들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ASML CEO를 비롯한 유럽 주요 반도체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차세대 EUV 노광장비 생산현장을 둘러봤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윤 대통령과 빌렘-알렉산더 국왕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ASML간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 공동설립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양사가 공동으로 1조원을 투자해 차세세 RUV 기반으로 초미세 공정을 공동 개발하는 연구팹을 한국에 설립하는 내용이다.
장비기업 중에서도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이 반도체 제조기업과 공동으로 해외에 반도체 제조 공정을 개발하기 위한 R&D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SML은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이다. 한정된 웨이퍼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미세하게 회로를 새기는 초미세공정은 반도체 성능과 직결된다. 회로가 미세할수록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칩 수도 증가해 생산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의 경쟁력이 ASML과의 협력을 통한 EUV 노광장비 확보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SML의 연간 EUV 노광장비 생산대수가 한정돼 있어 세계적으로 조달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 삼성전자와 ASML간 MOU는 EUV 노광장비 수급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한-네덜란드 반도체 협력 관계가 동맹 관계로 격상되면서 앞으로 장비 조달도 한층 수월해 질 것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예상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현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번에 반도체 동맹을 맺으면서 이전보다는 좀 더 유연하게 우리가 장비를 조달하는데 있어 이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협력 관계였는데, 동맹관계로 발전했으니, 그 부분(EUV 노광장비 공급)에 있어서 분명히 ASML이 우리나라의 기업에 신경을 쓰는 부분들이 좀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전에는 단순히 계약 관계에 따라 ASML 장비를 파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동맹 관계로 발전했기 때문에 좀 더 유연하게 우리나라에 이익이 되도록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ASML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술 경쟁력도 한층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사가 공동 설립하는 R&D센터에서 초미세공정을 공동 개발함으로써 ASML EUV 노광장비를 활용한 삼성전자의 3나노 양산 안정화와 수율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호 장관은 “삼성전자와 ASML 사이의 기술협력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동 투자를 통해 리소그래피(반도체 제조 공정 중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공정)에 관계되는 공정과 관계되는 기술을 개발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날 SK하이닉스와 ASML간 체결한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개발 MOU’도 의미가 크다. EUV 노광장비는 주석에 레이저를 쏴서 광원을 발생시킨다. 이때 주석의 산화 방지를 위해 환원제로 수소를 사용하는데, 이 수소를 태우지 않고 재활용하는 기술을 양사가 공동 개발키로 한 것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전력 사용량은 20% 줄어들고, 연간 165억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양국 정부는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공동 사업도 추진한다. 우리 산업통상자원부와 네덜란드 외교부는 이날 최첨단 반도체 생산장비를 활용해 양국 대학원생에게 현장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아카데미’를 신설하는 협력 MOU를 체결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인력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협력으로 평가된다. 첨단반도체 아카데미는 양국에서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내년 2월 네덜란드에서 첫 번째 교육이 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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