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세계적인 명품 기업들의 아이돌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데뷔 3개월 된 아이돌을 명품 브랜드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전격 영입한 사례까지 나왔다. 될성부른 떡잎을 먼저 확보하려는 ‘입도선매’ 전략이다.
SM엔터 소속 아이돌 그룹 라이즈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하우스 앰버서더로 발탁됐다. SM엔터가 관련 소식을 공개한 11일은 라이즈가 데뷔한지 98일 된 날이다. 루이비통 측은 “라이즈는 첫 앨범으로 초고속 밀리언셀러에 등극하는 등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며 “창의적인 비전을 함께 만들어갈 라이즈를 새로운 앰버서더로 맞이한 것”이라고 했다.
앰버서더는 활동반경을 기준으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글로벌 앰버서더, 지역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로컬 앰버서더 등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하우스 앰버서더는 글로벌 앰버서더에 속한다. 앰버서더는 광고 캠페인, 패션쇼, 화보 촬영 같은 활동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브랜드를 홍보한다. 일반적인 광고모델과 달리 브랜드 이미지 자체를 높이기 위해 영입하는 것이 바로 앰버서더다.
전례 없는 ‘K팝 앰버서더’ 인기
라이즈는 이른바 ‘에루샤디(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디올)’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한정하면 데뷔 기준으로 K팝 사상 가장 빨리 영입된 사례다. 기존 기록은 데뷔 5개월 만에 루이비통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된 ‘뉴진스’ 혜인이다. 일반적으로는 연차가 쌓이고 확고한 팬층을 구축한 아이돌, 그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멤버를 앰버서더로 영입한다. 라이즈의 경우 5인조 멤버 전원과 계약해 다른 브랜드가 개별 멤버와 계약할 수 없도록 했다. 지난 9월 NCT 이후 SM엔터가 7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남자 아이돌 그룹인 라이즈는 데뷔앨범 초동(첫 일주일 판매량) 101만장을 기록하는 등 주목받는 신인이다.
루이비통의 ‘K팝 스타’ 사랑은 유별나다. 올해 발표한 글로벌 앰버서더 계약 13건 가운데 5건을 ‘K팝 출신’과 맺었다. 루이비통은 한국 아이돌을 영입하고 관리하기 위한 전담 부서인 ‘셀럽팀’까지 두고 있다. 한국 지사가 아닌 글로벌 본사에 있는 조직이다. 디올은 올해 신규 발표한 글로벌 앰버서더 3건이 전부 K팝 아티스트였다. 브랜드 최초의 그룹 단위 앰버서더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비롯해 ‘방탄소년단’의 지민과 뉴진스의 해린이다. 샤넬의 경우 ‘인간 샤넬’로 불리는 ‘블랙핑크’의 제니가 2017년부터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 중이며 에르메스는 앰버서더를 따로 뽑지 않는다. 에루샤디 이외의 명품 브랜드까지 범위를 넓히면 올해 새롭게 발표한 K팝 출신과의 앰버서더 계약은 30건이 넘는다.
명품시장 주도 ‘MZ세대’ 공략
미국의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올 초 “MZ 세대(1981년~2010년생)의 명품 소비액은 2019년 1230억원 유로(약 174조원)에서 지난해 2290억유로(약 324조원)로 80% 이상 급증했다”며 “알파 세대(2011년 이후 출생)까지 합치면 2030년에는 이들의 비중이 80%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명품 브랜드가 아이돌 영입에 적극적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어떠한 팬덤보다 더 강렬한 몰입과 소비를 보인다”고 자주 언급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것이 바로 K팝 팬덤이며, 이들의 주요 연령대가 MZ와 알파 세대다.
명품 업계는 디올이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수준으로 올라선 계기로 ‘지수 효과’를 꼽는다. 지수는 2021년부터 디올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했다. 2020년 3285억원이었던 디올의 한국 매출은 2021년 6139억원으로 뛰었다. 업계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매출은 9305억원이다. 피에트로 베카리 디올 회장은 “YG(소속사)가 지수를 해고하면 내가 데려갈 것”이라며 지수에 대한 애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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