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가 주목받으며 반도체장비 시장 회복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나, 일각에선 경기 흐름에 따라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10일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장비 수출액은 지난 3분기 16억8400만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14.3% 반등한 수치다.
반도체장비 수출액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그간 하향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3분기 22억5500만 달러에 달했던 수출액은 4분기에 16억7700만 달러로 무려 25.6%나 주저앉았다. 이후 올해 1분기 15억100만 달러, 2분기 14억7400만 달러로 각각 전 분기 대비 -10.5%, -1.8%씩 감소세를 이어왔다.
4분기 만에 수출액 반등에 성공하긴 했으나 분기 총수출액을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올해 1~3분기 반도체장비 수출 총액은 46억5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64억3500만 달러보다 27.6% 감소한 상태다.
글로벌 반도체장비 시장은 지난해 미국 정부가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법을 비롯한 반도체법을 시행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미·중 반도체 패권 싸움이 격화됨에 따라 미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의 수출 규제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대한 대중국 반도체장비 규제를 유예하고,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투자가 지속되는 것은 국내 반도체장비 수출에 긍정적 요소로 풀이된다.
아울러 반도체 업황 사이클이 업턴을 향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최근 반도체 시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의 글로벌 매출이 상승하며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낸드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9% 증가한 92억2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D램 매출 역시 134억8000만 달러로 전 분기보다 18% 뛰었다.
또한 AI가 전자업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의 고성장을 견인, 반도체 시장의 HBM 케파 증설 기조가 확대되는 것도 반도체장비 시장에선 반가운 움직임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반도체 관련 시설 투자는 지속되지만, 중국 수출 제재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현금 유동성이 악화한 상황에서는 반도체장비의 대대적인 설비투자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테크팀은 리포트를 통해 “기업들이 선단 공정 투자 부담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설비투자에 무한정 돈을 쓰긴 어려운 만큼 장비는 최대한 재활용하는 방안이 주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성능이 우수한 반도체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고스펙 장비가 필요하고, 수율 향상 및 생산성을 늘리는 일도 중요하므로 기술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장비에 대한 시장 평가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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