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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아쉬움은 뒤로…최태원이 달려간 곳은? [biz-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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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아쉬움은 뒤로…최태원이 달려간 곳은? [biz-플러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 제공=SK

경영진 세대교체를 통해 내부 쇄신을 마친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미국과 유럽·일본을 넘나들며 글로벌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미국 사업장을 찾아 현안을 점검하는 한편 글로벌 주요 기업과의 협력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주력 사업인 배터리·바이오·반도체(BBC) 부문의 위기를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챙기며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11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달 8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미주법인을 찾아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사업 현황을 보고 받고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최 회장이 미국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7월 SK바이오팜 미국법인 이후 약 1년 반만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D램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정기 인사 및 조직 개편을 통해 ‘AI 인프라’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산하에 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HBM 비즈니스’ 조직을 만들었다.

최 회장은 “기존 사업구조 외에 시장 내 역학 관계 변화부터 지정학에 이르는 다양한 요소까지 감안해 유연하게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9일에는 SK가 투자한 가우스랩스와 루나에너지 사업장을 방문해 사업 현황과 시장 전망 등을 꼼꼼히 챙겼다. 가우스랩스는 SK가 2020년 설립한 첫 AI 연구개발(R&D) 전문 기업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정에 가우스랩스의 AI 솔루션을 도입해 생산 효율과 수율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최 회장은 가우스랩스 구성원들에게 “AI 솔루션을 반도체 제조 공정에 적용할 때 대규모언어모델(LLM)도 접목하고 향후 반도체를 넘어 다른 분야 공정에 확대 적용하는 방법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주거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문 기업인 루나에너지에서는 “미국 시장 외에도 유럽·아프리카 등 진출을 미리 염두에 두고 특히 전력 공급이 열악한 지역을 위한 오프그리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오프그리드는 외부에서 전기·가스 등 에너지를 제공받지 않고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미국 현장 경영은 현지 계열사와 투자사들이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등을 직접 점검해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미국 일정을 마무리한 뒤 곧장 유럽으로 이동한다. 11일에는 독일에서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회장을 만나 글로벌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날 만남에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배석할 예정이다. 도이치텔레콤은 SK텔레콤 등과 함께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구성, 세계 45개국 약 12억 명을 포괄하는 AI 개인 비서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어 최 회장은 네덜란드로 이동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행,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 본사를 찾는다. ASML 경영진과 함께 클린룸 등 주요 시설을 둘러본 뒤 반도체 파트너십 강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소재 SK엔무브 유럽법인도 방문해 현지 구성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앞서 최 회장은 11월 3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최종현학술원이 각각 일본과 미국에서 개최한 도쿄포럼과 트랜스퍼시픽다이얼로그(TPD)에 잇따라 참석해 ‘한일 경제협력체’ 구상과 비전을 밝혔다.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이 유럽연합(EU)과 같은 단일 시장 형태의 경제협력체로 발전한다면 엄청난 시너지가 생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한미일 3국이 협력하면 3국의 경제 공동체는 30조 달러 이상의 거대 경제권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최 회장의 숨 가쁜 연말 글로벌 경영 행보는 그룹의 주력 신성장 사업을 직접 챙기며 SK그룹을 둘러싼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BBC 사업 분야를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정하고 2026년까지 247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최근까지 고전을 지속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영업손실이 8조 763억 원에 달하고 SK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같은 기간 각각 영업손실 5632억 원, 35억 6000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7년 만에 서든데스를 꺼내든 것은 그만큼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BBC 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성과 창출을 위한 국내외 조직 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엑스포 아쉬움은 뒤로…최태원이 달려간 곳은? [biz-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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