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우리나라 산업용 전력 사용량이 7개월 만에 증가했다. 국내 산업 구조는 반도체, 석유화학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이 주축을 이룬다. 산업용 전력 사용량이 늘었다는 건 위축됐던 기업의 생산 활동이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는 의미다.
11일 한국전력공사의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9월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2만4404GWh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증가했다. 올해 들어 월별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지난 2월을 제외하고 전년 동월 대비 줄곧 감소했다.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공장 가동 상황 등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며 통상 경기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철강, 석유화학 등의 경우 전력 사용 규모로 업황을 가늠할 수 있다. 전력을 적게 쓰면 불황의 징조지만 전력 사용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공장이 잘 돌고 있다는 의미로 한국 경제에 다시 활기가 일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 9월 산업용 전력 중 제조업에 투입된 규모는 2만1935GWh로 1년 전보다 2.7% 늘었다. 지난 3월(-4.4%)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으나 9월 플러스(+)로 전환한 것이다.
산업 분류별로는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의 경우 9월 전력 사용량이 498만7814㎿h로 1년 전(504만9370㎿h)보다 1.22% 줄었다. 직전 달인 지난 8월(-3.60%)과 7월(-7.90%)보다 감소 폭이 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철강 등이 포함된 1차 금속 산업은 258만4616㎿h로 0.17% 늘었다. 화학도 351만4190㎿h로 6.48% 증가했다.
이는 지난 10월 깜짝 수출 플러스 성적표를 받아든 것과 대동소이한 흐름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출은 전년보다 5.1% 증가한 550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19.8%)와 선박(101.4%), 디스플레이(15.5%), 석유제품(18.0%) 등 전력 다소비 업종으로 분류되는 품목들이 모두 증가했다.
정부 역시 지난 10월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월별 변동성은 있지만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산업용 전력 사용량이 증가한 것만으로 우리나라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몇 분기 이상 어떤 흐름을 보였을 때 경기가 회복됐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있어 단순히 산업용 전력 사용량이 증가한 것만으로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면서도 “지난 2월 이후 마이너스를 보이다가 9월에 플러스 전환한 건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신호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정도로 해석될 순 있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이 개선되고 있어 산업용 전력 사용량도 증가한 건 맞지만 뚜렷하게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흐름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내년까지 지금의 흐름이 지속돼야 경기도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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