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아쉽게 골든글러브 수상 실패…아픔 딛고 생애 첫 수상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외야수 박건우(33)는 두산 베어스에서 뛰던 2017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당시 13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66, 20홈런, 78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누가 보더라도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골든글러브 수상이 유력해 보였다.
그는 그해 12월 13일에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부푼 마음을 안고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건우는 호명되지 않았다.
최다 안타 1위를 차지한 손아섭(현 NC)과 통합우승을 이끈 KIA 타이거즈의 최형우, 로저 버나디나가 외야수 부문 트로피를 차지했다.
박건우는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2017년 시상식이 기억나나’라는 질문에 “생생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매우 아쉬웠던 기억”이라며 “상처를 조금 받았다”고 말했다.
박건우는 무겁게 발길을 돌렸다. 그때 한 팬이 조심스럽게 박건우에게 다가왔다.
박건우는 “당시 집에 가는데 한 팬이 골든글러브 모양의 금색 케이크를 주시더라”라며 “큰 힘이 됐고, 좌절하지 않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박건우는 무너지지 않았다. 이후에도 최고의 외야수로 KBO리그를 누볐다. 그리고 올 시즌 타율 0.319, 85타점, 12홈런의 기록을 쓰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09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받은 황금장갑이었다.
그는 유효표 291표 중 139표를 받아 홍창기(LG 트윈스·258표), 구자욱(삼성 라이온즈·185표)에 이어 외야수 부문 3위에 올랐다.
4위 SSG 기예르모 에레디아(101표)와는 38표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두 손으로 황금장갑을 꼭 쥐고 인터뷰에 나선 박건우는 “이번에도 상처받을까 봐 걱정했다”라며 “오늘은 인생에서 뜻깊은 하루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2017년 본인처럼 아쉽게 수상을 놓친 KIA 유격수 박찬호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박건우는 “박찬호는 아직 젊어서 수상의 기회가 많이 남아있다”라며 “오늘의 시상식이 자극되길 바란다. 포기하지 말고 더욱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길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찬호는 유격수 부문에서 120표를 받아 오지환(LG·154표)에게 살짝 밀렸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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