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기초 닦는 가스안전공단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강원 영월센터 내 9개 시험동서 24시간 인증…”세계적 규모·인증수준”
“군 시설 물론 반도체공장 방호벽 검증…삼성·SK하이닉스 시험 의뢰”
(영월=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펑!”, “아이쿠, 깜짝이야.”
일회용 귀마개를 양쪽 귓속에 넣고 있었지만, 수소에 불을 붙인 뒤 난 ‘폭발 소리’에 수소 관련 시험을 참관하던 기자 몇몇도 ‘움찔’했다.
“수소는 연소하면서 무색의 불꽃을 내 맨눈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폭발음이 있다”며 귀마개를 나눠주던 연구원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지난 8일 산업통상자원부 기자단이 찾은 강원도 영월의 한국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에서는 이 같은 수소 관련 시험과 실험이 일 년 내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야외시험장에서 진행된 시험은 ‘수소 제트 화염 실증시험’으로, 최대용량 700바(bar)인 수소탱크에 작은 구멍을 내 불이 붙었을 때 화염이 얼마나 높이, 멀리 확산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시험 데이터는 추후 수소탱크 관련 안전기준 정비에 활용된다.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는 지난 2010년 8월 서울 성동구 행당동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 폭발 사고를 계기로 설립됐다.
당시 서울 도심을 달리던 시내버스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승객과 행인 등 1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런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폭발·화재 사고를 재현하고 시험하는 적절한 시설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가스안전공사는 2012∼2016년 총 305억원을 투입해 영월군 주천면 13만㎡ 부지에 5천507㎡ 규모의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를 건립했다.
센터는 본관동과 초고압시험동, 방호인증시험동 등 9개 시험시설 및 관련 시험 장비·설비 123종, 147점을 갖추고 있다.
캐나다의 파워테크(Powertech), 일본의 자동차연구원(JARI)과 수소에너지시험연구센터(Hy-TReC), 독일의 연방물질시험연수소(BAM), 스위스의 화생방 방호 시설인증기관 ‘SPIEZ’ 등 세계적인 인증실험기관 5곳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규모다.
센터 안내를 맡은 이동훈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부장(수석연구원)은 “세계 5대 기관을 포함해 단일 기관에서 초고압 시험과 화재·폭발 시험을 실시하는 곳은 우리 센터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서도 직경 20m, 높이 20m의 연소시험동은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실가스시험동에 있는 1천200바(bar)급 시험 장비는 세계에서 2대뿐인 장비 중 한대다.
센터에서는 수소자동차 인증, 수소충전소용 및 관련 부품 공인시험 및 기업 의뢰 개발품 실증 시험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수소 제품 국산화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충전소 밸브(ISO 19880-3) 국제표준에 대한 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이날 기자단이 둘러본 연소시험동은 내부 벽면이 온통 그을음으로 가득했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전날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진압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60킬로와트(㎾) 배터리팩 연소실험’을 진행한 탓이라고 센터 관계자는 설명했다.
시험동 옆 연소시험제어실에서는 전날 진행한 실험 영향을 분석하고 있었다.
제어실 관계자는 “ESS 배터리의 경우 과충전 등으로 열폭주 현상이 나타나면서 화재가 날 수 있다. 강제로 발열 조건을 만들어 화재 원인과 불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연소하는 양상과 시간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의 실가스시험동에서는 수소충전소용 밸브 등의 KS 인증을 위한 반복 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수소 950기압(atm)으로 총 10만2천회 반복 가압을 실시하는데, ’10만2천회 반복’을 위해서는 3개월이 걸려 간발의 차로 시험을 늦게 신청한 기업·기관은 몇 달을 더 기다려야 하는 일이 일어나곤 한다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그나마 이 시설이 생기기 전 수소충전소 밸브 인증에는 약 6개월이 소요됐으나 지금은 그 시간이 절반으로 단축된 것이다.
초고압시험동, 기초물성시험동, 초저온시험동 등 센터의 다른 시험동에서도 수소 관련 인증과 사고 예방을 위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방호 관련 시험·실증은 국방 등 국가 주요 시설물의 방호 제품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시험 시설에 방호문 등을 고정해 놓고 TNT 125㎏의 폭발력을 가한 뒤 제품이 방호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검증한다.
최근에는 기업의 시험 의뢰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센터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고가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보호해야 하는 기업들이 공장 격벽을 방호벽으로 설치하면서 이에 대한 검증 수요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장성수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장은 “정부 정책에 따라 2040년까지 수소충전소 1천200여개가 공급될 예정”이라며 “이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고 막연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엄격한 인증을 진행하고, 초고압, 화재, 폭발, 방호 등 분야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연구사업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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