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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HSCEI) 관련 주가연계증권(ELS)이 수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볼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해당 지수가 내년 상반기 고작 5000~700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21년 홍콩H지수가 1만 포인트를 넘을 때 설정된 ELS 상품들이 결국 만기까지 손실 구간을 피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8일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상반기 홍콩H지수 등락 범위를 5000∼7000포인트로 8일 제시했다. 전날 0.9% 하락한 5615.8포인트로 마감하며 연중 최저점에 근접한 H지수가 내년 상반기에도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 셈이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가 바닥은 지난 것으로 판단되나 반등에 강한 신뢰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실물 지표는 불안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반락하며 재차 위축 국면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신 연구원은 특히 본토의 주택 경기가 침체를 겪으면서 소비 심리가 계속 위축되고 있어서 H지수의 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H지수를 구성하는 시가총액 상위 업종은 소비와 금융, 정보기술(IT)로 중화권 증시에서 본토 경기에 가장 민감한 산업들이다. 신 연구원은 또 홍콩금융관리국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주기에 대응해 지난해 3월 이후 11차례 연속해서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초체력(펀더멘털)이 견고한 미국과 달리 거시경제 불안에 노출된 H지수는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했다”며 “최근 H지수 약세도 유동성 환경 약화가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ELS는 만기 내 지수·종목 등 기초자산 가격이 특정 가격(녹인) 아래로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과 약속한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돌아오는 조기 상환 기준을 충족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동 연장된다. 대체로 만기 상환 시점에 해당 ELS 상품이 시초가의 60~70% 수준을 회복하면 원금 손실은 피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만약 만기 시점에 지수가 녹인 구간 밑으로 내려갈 경우 투자 원금을 전부 날릴 수도 있다. 만기는 통상 3년이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현재 H지수 편입 ELS의 80~90%가량이 내년 상반기에 만기를 맞는다. 그 규모만 6조 원 이상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H지수가 1만~1만 2000포인트를 오간 2021년 상반기에 설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H지수가 1만 2000포인트 정도일 때 ELS에 투자한 사람이 원금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투자 당시 지수의 60% 수준인 7000선은 넘겨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최근 증권사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KB국민은행 등 은행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신 연구원은 “5000포인트를 지수 하단으로 제시한 이유는 지난해 당대회 당시 기록적인 폭락 구간에서 지지선으로 작용한 PBR(주가순자산비율) 0.65배를 적용해 최악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추가 하방 가능성을 예단할 수 없어 적극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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