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브룩스 레일리(뉴욕 메츠)에 이어 ‘좌승사자’라는 별명을 이어받은 찰리 반즈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
미국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는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각) “전 미네소타 트윈스의 찰리 반즈가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에서 2시즌을 보낸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며 “롯데는 재계약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제 정식 FA가 된 만큼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반즈는 지난 2017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106순번에서 미네소타의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다. 반즈는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77경기(75선발)에 나서 23승 30패 평균자책점 3.71의 성적을 남긴 뒤 빅리그에 입성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즈는 데뷔 첫 시즌 9경기(8선발)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5.92를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던 만큼 반즈는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큰 갈등을 벌이면서 직장폐쇄가 진행되면서, 입지가 탄탄하지 못했던 선수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이에 반즈는 미국 잔류가 아닌 KBO리그행을 택했고, 롯데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생소한 KBO리그 무대였지만, 반즈의 임팩트는 엄청났다. 반즈는 데뷔 첫 시즌 4월 무려 6경기에 등판해 41⅓이닝을 소화,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65로 활약하며 단숨에 ‘에이스’ 투수로 거듭났다. 당시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던 한동희에게 밀려나면서 월간 MVP 타이틀을 품에 안지는 못했지만, 4월 반즈가 보여준 활약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반즈는 이후 4월과 같은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으나, 꾸준히 제 몫을 소화했다. 그 결과 31경기에 등판해 186⅓이닝을 먹어치우며 12승 12패 평균자책점 3.62의 성적을 남겼다. 뛰어난 성적을 남겼던 만큼 롯데는 반즈와 재계약의 뜻을 밝혔고, 올해 총액 125만 달러(계약금 35만 달러, 연봉 85만 달러, 옵션 5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하며 2023시즌에도 이들의 동행은 이어졌다.
하지만 올 시즌 반즈의 스타트는 매우 아쉬웠다. 반즈는 타자들에게 조금 더 혼란을 주기 위해 투구폼에 미세한 변화를 가져갔는데, 이 점이 발목을 잡았다. 반즈는 시범경기 3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크게 부진하더니, 이 흐름이 정규시즌까지 이어졌고, 4월 4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7.58를 기록하는데 그치는 등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부진은 오래가지 않았다. 반즈는 5월 4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하며 ‘에이스’의 면모를 찾았고, 6월에는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했으나, 두 차례의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를 마크하며 점점 기량을 회복해 나갔다. 그리고 7월부터 좋았을 때의 폼을 꾸준히 유지한 결과 30경기에서 11승 10패 평균자책점 3.28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시즌 초반 분명 불안했지만, 지난해에 버금가는 훌륭한 성적을 남긴 만큼 롯데는 반즈와 동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명장’ 김태형 감독 또한 취임 직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애런 윌커슨과 반즈의 동행 의사를 드러냈다. 당시 사령탑은 “이 두 선수보다 월등히 좋은 선수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반즈와 윌커슨은 가장 안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령탑의 희망 대로 롯데는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후 윌커슨과는 빠르게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반즈와 동행을 약속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유는 정규시즌 내내 미국과 일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반즈가 거취를 두고 고민에 빠져있기 때문. 현재 반즈는 일본프로야구 무대로 진출하는 것보다 메이저리그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다. 모로시가 언급한 대로 미국에서 수요가 전혀 없지는 않은 모양새다.
그렇다면 반즈의 거취는 언제쯤 결정이 될까.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반즈의 잔류 여부는 이르면 이번 주에는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이 이번주에 끝난다. 물론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다음주에는 어느 정도의 큰 그림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해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흉년’에 가깝다. 때문에 선발 투수 자원은 매우 귀한 편이다. 반즈도 이 점에서 희망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제안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에는 KBO리그 잔류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롯데 잔류를 낙관할 수 없는 만큼 롯데도 혹시 모를 ‘역수출’에 대비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반즈의 잔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반즈를 비롯해 외국인 타자도 여러 후보를 놓고 접촉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즈와 롯데가 3년 연속 동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 거취는 머지 않아 결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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