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지난달 27일 KBO 시상식에서 트로피 5개(MVP, 수비상,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를 수집한 ‘괴물 에이스’ 에릭 페디(30). 어쩌면 영영 한국을 떠났을 수도 있는 그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선수가 있다.
페디는 지난 2월 NC 다이노스의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스프링캠프에 가족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당시 현장 취재진에 그 이유에 대해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자택이 그렇게 멀지 않다고만 했다. 10개월이 흐른 현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페디는 가족에게 의지할 정도로 KBO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익숙한 미국 땅이지만, 생애 처음으로 타 리그의 훈련에 참가했다. 똑같은 스프링캠프라고 해도 메이저리그와 KBO리그는 차이가 크다. KBO리그는 아무래도 좀 더 구성원이 그룹을 이뤄 뭉쳐 다니는 성향이 강하다. 훈련방법, 접근의 차이도 있었을 것이다.
페디는 MVP 수상 직후 “아웃사이더라는 느낌이 강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노력을 많이 했다. 이젠 형제 같은 존재”라고 했다. 무엇보다 페디 스스로 NC에 많이 다가섰다. 국내 선수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했고, 구단 행사에 적극 참여했다.
포스트시즌서 태업 논란이 일어났지만, 대다수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페디 역시 시상식에서 내놓은 말들을 돌아보면 태업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페디는 실력만큼 그라운드 안팎에서도 프로페셔널했다.
그런 페디는 “정말 많은 선수가 KBO리그 적응에 도움을 줬다”라면서도 “김시훈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언어장벽이 있었지만, 영어를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친분을 쌓았다. 죽을 때까지 (고마움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시훈(24)은 2018년 1차 지명된 우완투수다. 올 시즌 61경기서 4승3패12홀드3세이브 평균자책점 4.44를 기록한 불펜 요원이다. 그렇게 인상적 성적을 남기지 못했으나 시즌 내내 마당쇠로 중용됐다. 지난 2년간 120경기에 나갈 정도로 팀은 그를 믿었다.
페디는 영어까지 배우며 자신에게 다가선 김시훈이 참 고마운 눈치였다. 시즌 내내 친분을 쌓으며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랜 듯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평균자책점 4.44짜리 투수라고 해서 별 볼일 없다고 하면 안 된다.
페디는 “올 시즌 NC의 한 축이 돼 영광이었다. 운 좋은 한 해였다. 감사하다”라고 했다. 김시훈과의 감동, 우정을 넘어 메이저리그 복귀를 타진한다. 물론 NC도 페디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다년계약 카드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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