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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반등하면 ‘팔자’…연말랠리 막는 연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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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반등하면 '팔자'…연말랠리 막는 연기금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연합뉴스

최근 코스피지수가 2500선에 가로막혀 횡보하는 가운데 국내 증시의 큰손인 연기금이 이달에만 3560억 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며 주가 상승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 시장이 부진에 빠질 때마다 대량 순매수로 ‘증시 안전판’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수익률 관리에 치중하면서 공매도 금지를 계기로 연말 증시 부양에 나선 정부와 엇박자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 들어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356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연기금은 특히 이달 초 금융 당국이 공매도 조치를 내린 이후부터 코스피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곧바로 차익실현에 나서는 분위기다. 연기금은 코스피가 하루 만에 5.66% 상승한 지난 6일 263억 원어치를 팔아치웠고 지수가 오른 이달 9일과 15일에도 각각 666억 원, 479억 원어치 물량을 쏟아냈다. 코스피가 2500대를 갓 회복한 22~24일에는 3일 연속 매도우위를 보이며 1129억 원 규모를 내다팔았다. 연기금이 올 들어 24일까지 판 유가증권시장 주식 대금은 총 3조 3840억 원인데 이 가운데 1조 816억 원이 코스피가 2600선 아래로 떨어지고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확산한 9월 이후에 몰려 있다.

증시 반등하면 '팔자'…연말랠리 막는 연기금

이달 연기금의 순매도 물량의 3분의 1은 합병 이슈가 있었던 셀트리온(1134억 원)이 차지했다. 연기금은 이밖에 삼성전자(005930)(453억 원),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452억 원), SK하이닉스(000660)(424억 원), 하나금융지주(086790)(421억 원), 한국항공우주(411억 원), 아모레퍼시픽(373억 원), S-Oil(370억 원), 호텔신라(368억 원), KB금융(105560)(364억 원) 등도 적극적으로 내다팔았다. 이 가운데 연기금이 지난달 각각 3150억 원, 1910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달 들어 주가가 7.17%, 10.06%씩 오른 기업이다. 연기금이 이달 순매수한 종목은 두산로보틱스(454910)(903억 원), 삼성SDI(006400)(724억 원),

엘앤에프(066970)(307억 원), LG화학(051910)(257억 원), LG에너지솔루션(373220)(170억 원) 등 2차전지와 로봇 관련주가 많았다.

업계에서는 최근 연기금의 매도 행보가 과거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기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해 코스피가 1000포인트 아래로 주저앉았던 2008년 9~10월에는 두 달 간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 2576억 원어치나 순매수하면서 증시를 지지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다음날인 2010년 11월 24일에도 증시가 휘청거리자 하루에만 코스피 종목을 2000억 원 이상을 사들였고 유럽 재정위기로 주식시장에 다시 벼랑 끝에 몰린 2011년에는 8~12월 다섯 달 동안 무려 9조 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쓸어담았다. 연기금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했던 2020년 3~5월에도 석 달 간 코스피 시장에서 5조 원어치 이상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이 최근 공매도 금지 등 정부 차원의 연말 주가 부양 노력과 무관하게 주식을 파는 것은 증시 자금줄 역할보다는 수익률 관리의 중요성을 더 높게 따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민연금 기금 운용은 지난해 사상 최악인 8.22%의 손실률을 기록하며 80조 원에 가까운 돈을 날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국민연금 전체 자산은 834조 원에서 997조 원까지 늘었으나 국내 주식 규모는 177조 원에서 143조 원으로 19.3%가량 쪼그라들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 이후 외국인·기관투자가의 자금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연기금까지 주식 매수에 미온적이라 연말까지 증시 변동성이 더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은 국내 증시 수급의 최대 큰손이자 최후 보루”라면서도 “연기금이 기금 고갈, 수익률 개선에 대한 고민 때문에 투자 전략을 국내 주식·채권 일변도에서 글로벌 자산 배분 쪽으로 틀면서 증시 유동성 공급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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