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배두열 기자] 배틀그라운드 최상위 국제 e스포츠 대회인 ‘PGC(펍지 글로벌 챔피언십) 2023’에 패자조에서 한국 3팀이 모두 생존하며, 라스트 찬스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V7 펀핀의 경우, 기적의 뒷심으로 팬들에게 희열을 선사했다.
24일 태국 방콕 컨벤션센터홀(BCC홀)에서 열린 크래프톤 주최 ‘PGC 2023’ 그룹 스테이지 패자 브래킷 2일차 경기에서 V7 펀핀과 젠지(GEN), 디플러스 기아(DK)가 나란히 5, 6, 7위에 올랐다.
1일차 2위였던 포 앵그리 맨(4AM)이 탈락하는 등, 그야말로 역대급으로 치열했던 패자조 최종일이었다. 4위 팀 팔콘스(FLC)부터 10위 포 앵그리 맨까지의 7팀이 단 5점 차 이내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먼저, 기적의 드라마를 쓴 V7이 눈부셨다. 1일차 28점으로 12위에 그쳤던 V7은 이날 52점(28킬)을 획득했는데, 후반 세 매치에서만 치킨 한 마리와 함께 44점을 쓸어담았다.
그만큼 V7의 초반 흐름은 답답했다. 미라마에서 펼쳐졌던 매치7과 매치8에서는 자기장 난관을 풀기 위해 비상호출을 활용했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가며 단 3점 추가에 그쳤다.
태이고 맵으로 옮겨 치러진 매치9는 비교적 자기장이 받쳐주며 풀 스쿼드를 유지한 채 TOP4에 올랐지만, 지니어스 이스포츠(GE)의 수류탄 두 방에 전멸하며 5점(0킬) 추가에 만족해야만 했다. 지니어스를 상대하기 이전까지 한 차례의 교전도 없었을 정도로 치킨 획득에 집중했던 매치였던 만큼, 첫 교전에 속절없이 무너진 것이 짙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결국 순위도 14위까지 떨어지며 8위권과의 격차가 14점으로 벌어진 V7은 비켄디 맵 매치10부터 사활을 걸었다. 다시 한번 세 번째 자기장 중심에 들며 기회를 맞았고, 다섯 번째 자기장 블리자드 존을 활용해 2인 스쿼드의 하울(HOWL)을 정리한 데 이어, 이그절트(EX)에까지 3킬 완승을 거두며 좋은 흐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3인 스쿼드로 다시 한번 오른 TOP4에서는 앞선 매치에서의 무기력함을 반복하지 않았다. V7은 토시(Tosi·성윤모) 선수의 3킬 활약에 힘입어 치킨 확률 44.9%였던 팔콘스를 무너뜨렸다. 비록 스페이스스테이션 게이밍(SSG)과의 마지막 2대 2 싸움에서 패배하며 치킨을 내주기는 했지만, 치킨에 버금가는 17점(11킬)을 만들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되찾은 자신감은 매치11 에란겔 치킨으로 이어졌다. 세 매치 연속 TOP4에 오른 V7은 헤븐(Heaven·김태성)이 어센드(ACE)와 팔콘스로부터 각 1킬씩을 뽑아내며 기세를 올렸고, 이후 4AM과의 교전에서도 헤븐 2킬, 토시 1킬을 엮어 3킬 완승을 거뒀다. 그 과정에서 V7 역시 팔콘스에 두 선수의 기절킬도 발생했지만, 팔콘스의 드래프트킹(Dr4FTk1NG)이 최종적으로 자기장에 아웃되며 치킨은 V7의 몫이 됐다.
TOP4 교전에서만 4킬을 따내며 총 6킬 520대미지를 기록한 헤븐이 MOM(Man of the Match)에 선정됐고, 7킬 치킨으로 두 매치 연속 17점을 추가한 V7은 8위권에 단 1점 차 뒤진 9위에 자리했다.
이어진 마지막 매치에서는 8위 이내에 들기 위한 팀들의 사투가 이어졌다. 그리고 V7을 살린 것은 울타리였다. V7은 글라즈(Glaz·윤성빈)가 차량 파밍 후 이동 과정에서 지니어스의 서티(SirT) 선수에 쫓기는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다행히 서티 선수의 차량이 울타리와 충돌하며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풀 스쿼드를 지킨 V7은 각 3킬씩을 기록한 토시와 글라즈의 활약에 힘입어 10점(7킬)을 추가, 최종 합계 80점(49킬)으로 순위를 일순간 5위까지 끌어올리며 라스트 찬스 스테이지에 진출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오더를 맡고 있는 규민(Gyumin·심규민)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마지막 매치 전에 1점 차로 뒤지고 있었지만, 오히려 따라가는 쪽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수 없이 하던 대로만 운영하면 충분히 라스트 찬스에 올라 갈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 올라가서 너무 기쁘다”며, “라스트 찬스까지 남은 이틀간 교전력을 더 보완하고, 라스트 찬스로 내려오게 될 승자조 하위 8개 팀에 대한 대비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규민은 “이틀간 가슴 졸였을 팬들에게 죄송하다. 더 좋은 경기력으로 꼭 그랜드 파이널에 진출해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V7과 함께 이날 치킨 한 마리를 추가한 젠지도 38점(26킬)을 추가하며, 최종 합계 80점(52킬)으로 6위에 랭크되며, 라스트 찬스 스테이지에 진출했다.
젠지는 매치7에서 엘 포조 시가전으로 잡힌 세 번째 자기장 이후 중앙 찌르기를 시도했고, 이를 통해 여섯 번째 자기장 중앙에 포함될 수 있었다. TOP4 교전에서 피오(Pio·차승훈)가 어센드에 잘리기는 했지만, 디지구팔(DG98·황대권)과 에스더(Esther·고정완)가 2킬, 1킬을 기록하며 어센드와의 3대 2 치킨 대결 구도까지 이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점자기장까지 간 긴박한 싸움에서 디지구팔이 수류탄을 들고 상대와 함께 자폭하는 승부수를 던져, 6킬 치킨을 완성할 수 있었다.
경험 많은 젠지 선수들의 디테일한 전술이 돋보였던 매치로, 3킬 222대미지를 기록한 디지구팔이 MOM에 뽑혔다.
비록 매치8에서는 세 번째 자기장 엑소 클랜(EXO)과의 교전에서 전멸하며 0점 ‘광탈’하기는 했지만, 이후 네 매치에서는 평균 5.5점을 차곡차곡 쌓으며 8위 이내의 순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패자조에 나선 한국 세 팀 중 1일차 3위로 가장 좋은 출발을 보였던 디플러스 기아는 이날 30점(21킬)을 추가하며 7위를 기록했다.
디플러스 기아는 패자 브래킷에 올라와 되찾은 교전력을 이날도 유감 없이 뽐냈다. 특히, 매치10에서는 1위 팀 페트리코 로드의 집단지를 공략해 단 한 명의 인원 손실 없이 3킬 완승을 거둔 데 이어, 4AM을 상대로도 네 선수가 모두 1킬씩을 따내며 완벽하게 제압, 팀대 팀 교전에서 분명 그룹 스테이지와 달라진 모습을 자랑했다.
이로써, 이번 대회 패자 브래킷에서는 V7 펀핀과 젠지, 디플러스 기아를 비롯해 페트리코 로드, 어센드, 지니어스, 팔콘스, 스페이스스테이션 등 8개 팀이 라스트 찬스 스테이지로 진출하게 됐다.
반면, ▲퍼플 무드 이스포츠(PLM) ▲포 앵그리 맨(4AM) ▲하울(HOWL) ▲이그절트(EX) ▲엔터 포스 36(E36) ▲엑소 클랜(EXO) ▲셩이신룽(SYXL) ▲피엠에이(PMA)는 이번 대회를 일찌감치 마무리하게 됐다.
한편, 25일부터는 그룹 스테이지 A·B조 상위 8개 팀이 맞붙는 승자 브래킷이 펼쳐진다. 승자 브래킷 1위부터 8위까지의 팀은 그랜드 파이널에 진출하게 되며, 하위 8개 팀은 라스트 찬스로 이동한다.
이번 대회 모든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오후 8시부터 시작되며, 배그 이스포츠 공식 홈페이지,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TV, 네이버TV 채널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또 크래프톤은 이번 대회부터 공식 홈페이지에서 멀티뷰 중계를 제공한다. 메인 중계 방송과 맵 방송을 한 화면에서 동시에 시청할 수 있고, 특정 팀만 추적하는 방송을 시청할 수도 있다. 추적 중계 방송은 매 경기일마다 6개 팀을 선정해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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