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영웅군단에 38세 FA 재수생이 등장했다. 2차드래프트를 감안하면 FA 신청을 할 법도 했지만, 하지 않았다.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용규(38)의 2023시즌은 잘 풀리지 않았다. 각종 잔부상과 부진으로 50경기 출전에 그쳤다. 타율 0.234 11타점 19득점 2도루 OPS 0.591. 득점권타율 0.296으로 체면을 세웠지만, 그라운드에서의 입지는 많이 좁아졌다.
어느덧 키움에서 세 시즌을 보냈다. 2021년 133경기서 타율 0.296 1홈런 43타점 88득점 OPS 0.765로 ‘올해의 재기상’급 퍼포먼스를 뽐냈다. 단돈 1억원에 붙잡았으니, 키움으로서도 역대급 가성비 영입이었던 셈이다.
이후 2년간 부진했다. 그러나 키움은 이용규 영입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선 존재감이 떨어졌지만 덕아웃과 라커에선 그렇지 않았다. 젊은 선수가 많은 키움은 베테랑 기둥이 꼭 필요했고, 이용규는 실제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2022년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실책 퍼레이드 끝 패배하자 후배들을 불러놓고 지금까지 잘 했으니 힘내자는 격려를 했고 이후 2~4차전을 내리 이기며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사례는 유명하다. 이용규의 한 마디가 시리즈 전체 흐름을 바꿨다고 보기엔 어폐가 있지만, 젊은 선수들의 사기진작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었다.
아무리 베테랑이고 리더라고 해도 야구가 안 풀리면 목소리에 힘을 주기 어렵다. 그러나 키움은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잘 뭉치는 문화, 동료를 배려하는 문화가 일찌감치 자리 잡힌 팀이다. 이용규가 후배들을 배려하자 후배들도 이용규의 말 한 마디를 경청했다.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소위 말하는 ‘말 빨’이 통했던 이유다.
홍원기 감독은 올 시즌에도 이용규가 부상과 부진으로 몇 차례 1군에서 말소된 뒤에도 1군 선수단과 동행시켰다. 어차피 이용규 정도의 선수가 퓨처스리그에 나가는 건 큰 의미가 없고, 1군에서 후배들과 호흡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런 이용규는 이미 두 차례 FA 계약을 맺은 선수다. 세 번째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으나 포기했다. FA 재수생 신분이지만, 그보다 팀을 위한 백의종군의 의미가 강한 듯하다. 키움으로선 저렴한 가격에 붙잡는 수순을 밟는 게 맞다.
내년 키움 외야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로 떠나지만 이주형, 박수종 등 신예들이 두각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형종도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이용규가 여러모로 비집고 들어갈 틈이 크지 않아 보인다. 그라운드 밖의 효과가 여전하다면 여전히 가치는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특유의 날카로운 타격을 되찾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장기레이스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이용규는 좋은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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