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96개 상품 중 182개 수익률 마이너스
증시 변동성 확대 등으로 고위험 상품 저조
지지부진한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도입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첫 성적표가 기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수익률 기준 퇴직연금 사업자가 내놓은 상품 10개 중 6개가 손실을 기록했고 고위험 상품일수록 수익률이 부진했다.
11일 금융감독원 디폴트옵션 비교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296개 승인 상품 가운데 182개의 3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나머지 40개 상품들도 0.01~1.03%의 수익률에 그쳤다. 이외 74개 상품은 운용한 지 3개월이 안 됐거나 판매·운용되지 않아 수익률이 집계되지 않았다.
디폴트옵션이란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퇴직연금의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미리 선택한 상품으로 적립금이 자동 투자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7월 원금보장형 중심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해 수익률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로 본격 도입됐다.
퇴직연금 사업자 중에서는 증권사가 가장 부진했다. 전체 상품들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낮은 한화투자증권의 디폴트옵션 중위험 밸런스펀드(BF)1(-6.33%) 등 평균 수익률 -1.05%를 나타냈다. 이외에 생명보험(-0.73%)·은행(-0.68%)·손해보험(-0.3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의 수익률이 가장 낮았던 이유는 타 사업자 대비 고위험군 상품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국내외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펀드 비중이 높은 고위험 상품을 중심으로 수익률 악화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3분기의 초저위험 상품군의 평균 수익률이 0.8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저위험 0.62%, 중위험 -1.30%, 고위험 -2.03% 등의 순이었다.
실제 은행의 경우 지난 3분기 기준 전체 디폴트옵션 누적 적립금 4조3332억원 중 91.7%에 해당하는 3조9749억 원이 초저위험형이었고 생명보험과 손해보험도 각각 89.8%와 89.3%에 달했다. 증권사는 전체 2189억원 중 1193억원(54.5%)으로 나타났다.
반면 은행의 고위험 상품 비중은 619억원(1.4%)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또한 각각 1.6%, 1.2%에 불과했다. 증권사는 10.9%가 고위험 상품으로 집계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디폴트옵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첫 성적표를 받아 든 가운데 여전히 원금보장 중심의 초저위험형 쏠림 현상이 지속 중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향후에도 도입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원리금 보장 상품만으로는 수익률이 최소한 기준점인 물가 상승률보다 낮을 수 있다며 장기적 투자 수익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고금리 시대를 맞아 예·적금의 매력이 높아졌지만 향후 언제든 저금리 시대가 다시 돌아올 경우 위험자산의 수익률이 가파라질 가능성도 있다”며 “연금은 기본적으로 20~50년을 운용해야 하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결국 생애 주기에 적합한 투자 상품으로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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