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동진 기자] 기아 EV9은 국산 최초로 3열로 구성한 대형 전기 SUV다. 출시 전부터 하차 안전, 후석 승객 알림 등의 기능과 넓은 실내 공간을 앞세워 패밀리카를 찾는 가장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출시 전 사전계약 1만대를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예고했으나, 실제로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지난 6월 출시 이후 9월까지 3개월간 4000대를 조금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EV9을 직접 시승하며 차량의 장단점과 전비 효율 등을 살펴봤다.
기아 EV9은 국산 첫 대형 전기 SUV라는 타이틀을 지닌 만큼, 압도적인 크기를 지녔다. 동급 내연기관 차인 현대 팰리세이드보다 더 큰 크기를 자랑한다.
EV9의 전장(자동차 길이)은 5010㎜, 전폭(자동차 폭)은 1980㎜, 전고(자동차 높이)는 1755㎜, 축거(자동차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 거리)는 3100㎜다. 현대 팰리세이드보다 축거는 200㎜, 전장은 15㎜ 더 길고, 전고는 5㎜ 더 높다,
외관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습이다. 전기차는 엔진 대신 모터를 사용하므로, 엔진 열을 식히기 위한 외부 공기 흡입이 불필요하다. 따라서 많은 제조사가 전기차 라디에이터 그릴 부위에 패널을 적용한 후 화려한 장식을 더한다. 하지만 기아는 EV9 전면부에 화려한 장식 대신 깔끔한 차체 면을 강조했다. 대신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로 명명한 조명 패턴을 운전자가 직접 그릴 부위에 적용할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한다.
양끝에는 작은 큐브 모양으로 LED 헤드램프를 촘촘하게 넣었으며, 별자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스타맵 LED 주간주행등을 가장자리에 세로 방향으로 길게 배치했다.
측면부를 살펴보면, 육중한 차량의 크기가 더욱 도드라진다. 단단한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직선으로 다각형을 구현, 차체 면과 대비를 이루도록 측면부를 디자인했다. EV9의 손잡이는 필요시에만 나타났다가 주행 중에는 들어가 차체 면과 일치하도록 설계됐다.
후면부도 전면부와 마찬가지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모습을 보였다. 테일 램프 역시 전면부와 마찬가지로 세로로 길게 배치해 가운데 넓은 면을 강조했으며, 중앙 상단에 각진 숄더 라인과 엣지를 넣어 강인한 인상을 형성했다.
EV9의 트렁크 용량은 775리터이며,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2715리터까지 늘어난다. 차박이나 캠핑을 즐기기에 무리가 없다.
전기차 특성상 차체 앞쪽 엔진룸 부위를 추가 수납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내를 살펴보면, 외관과 마찬가지로 광활한 공간감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12.3인치 클러스터와 5인치 공조 컨트롤,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세 개의 디스플레이로 구성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시원시원한 느낌을 준다.
기아 최초로 시동 버튼과 통합한 컬럼 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SBW, Shift by wire)를 적용한 덕분에 센터페시아 하단부 수납공간도 넉넉했다.
2열 시트를 90도로 돌리거나, 180도 회전해 3열과 마주 볼 수 있도록 구성한 스위블 시트도 EV9의 특징 중 하나다. 2열 시트를 90도로 돌리면 차일드 시트를 넣고 뺄 때 편리하며, 차박이나 캠핑 시 경치를 감상하기에도 유용하다. 시트를 180도로 돌리면 3열에 탄 자녀들과 마주 보며 이동할 수 있다.
다만 오염에 매우 취약한 소재는 단점이었다.
도어트림 수납 부위나 센터콘솔에 물건을 넣기 위해 접촉하면, 그대로 흔적이 남았다. 차 안에서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오염물질을 특별히 흘린 적이 없는데도 손길이나 물건이 닿는 대로 자국이 남곤 했다.
기아는 옥수수 전분과 식물성 오일을 활용한 폴리우레탄, 버려지는 플라스틱병, 폐그물을 EV9 실내 소재로 재활용했다고 밝혔다. 버려지는 소재를 재사용하는 친환경 정책은 바람직하나, 오염에 취약한 실내는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서울과 파주를 오가는 코스로 주행을 시작했다. 시승한 사륜구동(4WD) EV9은 최고 283kW(384마력), 최대 700Nm의 성능을 발휘한다. 21인치 타이어와 99.8kWh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1회 충전 시 최대 454km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차량이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시내에서 일정한 속도와 함께 앞차와 안전거리 유지를 돕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유용하게 작동했으며, 풍부한 정보를 전달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시선 분산을 막아 주행 피로를 덜어줬다.
방향 지시등을 켜면, 해당 방향의 후측방 상황을 클러스터에 영상으로 띄워 운전자에 제시하는 후측방 모니터와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차량의 현재 위치와 주변 상황을 360도로 살피도록 돕는 서라운드 뷰도 매끄럽게 작동했다.
주행 시 2.6톤에 달하는 차체 크기를 잊게 만드는 날렵함이 돋보였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3초면 도달할 수 있는 가속 성능 또한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가파른 언덕을 만나도 가뿐하게 올랐으며, 급격한 코너링 시에도 안정감이 느껴졌다. 이중접합 유리와 프론트 범퍼 에이커튼 등을 적용해 풍절음과 하단부에서 유입되는 소음 또한 적절히 차단했다.
시승을 마치며 트립기록을 살펴보니, 총 112.6km를 주행 후 kWh당 4.6km의 전비 효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인 복합 전비 3.9km/kWh보다 효율이 더 높았다.
아쉬운 점은 가격이다. EV9 트림별 가격은 ▲에어 2WD 7337만원 ▲에어 4WD 7685만원 ▲어스 2WD 7816만원 ▲어스 4WD 8163만원(개별소비세 3.5% 기준)이다. 최상위 트림에 각종 옵션을 더하면 1억원에 육박한다. 수입차를 비롯해 같은 가격대에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하므로, 기대만큼 판매수치가 높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는 이달 EV9 에어와 어스 트림 중 5~6월 이전 생산분에 300만원 특별 할인을 제공하고, 저금리와 장기 할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판매 진작에 나서고 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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