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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뒤면 헌재 소장 퇴임…양대 사법수장 공백 사태 현실화

연합뉴스 조회수  

후임 이종석 후보자 청문회 일정도 아직…”헌법기관 위상 훼손”

계류 사건도 수두룩…검사 탄핵, 사형제·유류분 헌법 재판 등

대통령 시정연설 참석한 대법원장 권한대행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대통령 시정연설 참석한 대법원장 권한대행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왼쪽부터)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시정연설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닷새 뒤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지만 후임 임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대법원장도 한 달 넘게 공석인 와중이라 양대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과 헌재가 동시에 수장 공백 사태를 맞으면서 사회적 갈등을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두 기관의 고유 기능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7년 11월11일 헌법재판관으로, 2018년 9월21일 7대 헌재 소장으로 취임한 유 소장은 이달 10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후임 소장이 취임할 때까지 수장 공백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으로,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는 주요 사건들은 일단 대기 상태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올해 9월 탄핵소추된 안동완 검사는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직무에 복귀할 수도, 사직할 수도 없다.

사형제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 재판도 헌재에 걸려 있다. 사형의 대체재로 평가받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태에서 사형제에 대한 헌재의 판단에도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전국 곳곳의 법원이 유류분 제도의 위헌성을 가려달라며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의 경우 헌재 결론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이밖에 종합부동산세 제도와 KBS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헌법소원, 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권의 직무감찰에 반발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등도 계류 중이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재판소장이 공석이면 재판관 회의가 소집돼 대행을 선출하며 사건 심리는 형식적으로 재판관 7명만 있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질병·기피 등에 대비하는 예외 조항일 뿐이어서 권한대행 체제에서 헌재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견해다.

헌재의 모든 본안사건 판단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같이 재판관 9명이 모두 참여해 심리·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위헌·탄핵·정당해산 결정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합헌·위헌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건이면 재판관이 몇 명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재판관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헌재가 결정을 아예 내리지 못하거나 당사자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반쪽짜리 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헌재에 접수된 사건 중에는 기본권 침해 상황을 구제해달라는 헌법소원 심판이 가장 많다. 헌재 결정이 미뤄지면 침해 상황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일선 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은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판결을 선고할 수 없다.

기관 간 다툼이 있는 권한쟁의심판 사건도 적시에 헌재 판단이 나오지 않으면 추후 결정이 나오더라도 이미 피해 등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소추와 동시에 피청구인의 직무를 정지하는 탄핵 심판 역시 빠른 판단을 필요로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헌재의 사건 처리 지연을 질타했는데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사건 처리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헌재, 위헌 제청 및 권한쟁의 심판 선고
헌재, 위헌 제청 및 권한쟁의 심판 선고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위헌 제청 및 권한쟁의 심판 선고 시작에 앞서 자리 앞에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은 유 소장의 후임자로 이종석 재판관을 지난달 18일 지명했다. 25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임명동의안이 회부됐으나 청문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임명동의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유 소장의 퇴임일에 맞춰 새 헌재 소장이 취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사청문회법은 임명동의안이 특위에 회부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여야 입장차로 기한을 넘겨 이달 중순께나 열릴 전망이다.

청문회가 열린 뒤에도 국회가 청문보고서 채택과 표결을 미루거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공석 상황은 더 길어진다.

헌재는 2006년 퇴임한 윤영철 3대 소장부터 2018년 퇴임한 이진성 6대 소장까지 후임자가 제때 취임한 적이 없다.

2017년 박한철 소장이 퇴임하고 이진성 소장이 취임할 때까지 무려 296일간 공백이 이어지기도 했다.

헌재 관계자는 “헌법기관에 공석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큰 흠결이며 공석 사태는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과 독립성 확보에 심각한 훼손이 된다”며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헌법적 책무이며 헌법기관의 원칙적인 운영 모습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통상 한 달에 한 번 결정을 선고하는데 이번 달에는 소장 공석 상황 등을 고려해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역시 이균용 전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대법원장 공석 42일째를 맞았다. 윤 대통령은 이번 주 중 새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석준 대법관, 조희대 전 대법관,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김형두 헌법재판관,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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