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내년 HBM3·HBM3E ‘솔드아웃'”…삼성전자 “내년 HBM 캐파 2.5배↑”
낸드 감산 기조 당분간 유지…선단 공정 전환 속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반도체 업계 안팎에서는 ‘반도체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HBM 시장 주도권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여전히 부진한 낸드플래시에서는 감산 기조를 유지하며 기술 우위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삼성·SK, 반도체 적자 줄였다…메모리 가격 반등세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3조7천500억원의 적자를 내며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을 6천억원가량 줄였다.
SK하이닉스 역시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이 1조원 이상 줄었다.
이는 메모리 업계의 감산 효과가 나타나며 재고가 건전화하고 가격이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가격은 장기간 이어진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에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0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15.38% 상승하며 2021년 7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반등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 가격 역시 2년 3개월 만에 1.59% 올랐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IT 수요 회복을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업계 전반적인 재고 축소로 D램과 낸드 모두 가격 하락이 멈춘 것은 메모리 업황의 방향성을 보여준다”며 “공급업체의 강도 높은 감산과 낮아진 가격이 고객사의 재고 확보를 자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HBM 성장세에 삼성·SK, 주도권 다툼 치열
반도체 업계의 최고 기대주는 단연 HBM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AI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엔비디아와 AMD 등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들이 HBM 주문을 늘리며 HBM 시장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HBM 시장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44억달러 규모가 예상되며, 2024년 HBM 시장도 HBM3E와 HBM3 성장에 힘입어 전년 대비 150.7%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가 공급을 2∼3배 초과하며 내년 HBM 물량은 이미 예약 주문이 거의 완료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마케팅 담당은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3와 HBM3E를 포함해서 내년도 캐파(생산능력)가 현시점에서 ‘솔드아웃’됐다”며 “내년뿐 아니라 2025년까지 확대해 대부분의 고객사, 파트너사와 기술 협업 및 캐파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HBM 시장에서 한발 앞선 SK하이닉스는 HBM 캐파 확보를 위한 TSV(실리콘관통전극) 투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계획이다.
TSV는 D램 칩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층과 하층 칩의 구멍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로, SK하이닉스는 이 TSV 기술을 활용해 HBM 신제품 개발과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HBM 생산 능력을 올해보다 2.5배 이상 늘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천안사업장 내 일부 건물을 105억원에 인수, HBM 생산 시설로 활용하기로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HBM 시장은 가격 중심의 원가보다 고용량·성능 초점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내년 3분기부터 HBM 턴키 공급(파운드리, 메모리반도체, 2.5D 패키징)도 시작할 것으로 보여 HBM 단품 공급 대비 수주량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수익성 악화한 낸드, ‘기술 격차’로 위기 극복 모색
문제는 낸드다.
낸드는 지난 2년 동안 가격 급락에도 수요 증가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반면 공급이 늘며 재고 수준이 높아지고 수익성 악화가 심화했다. 특히 낸드의 적층 수가 증가하며 투자비 부담이 커져 원가 절감 속도가 둔화했다.
D램보다 AI 시장 확대의 영향을 덜 받는 데다, 공급업체 간 경쟁이 심한 만큼 업황 회복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낸드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종전의 낸드 감산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기술 격차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최신 낸드 제품인 V9 개발에 적극 나서는 등 낸드 사업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로 통보받아 불확실성이 해소된 중국 시안 팹(공장)도 선단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에서 낸드 생산량의 40%를 생산하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V7·V8 낸드 등 선단 공정은 생산 하향 조정 없이 공급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수익성 개선과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낸다.
박찬동 SK하이닉스 낸드마케팅 담당은 “원가 절감의 제약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향상하기 위해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적절한 자원 배분을 통해 투자 효율을 극대화해 사업 변동성을 축소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곽노정 사장은 지난 2일 고려대 강연에서 “500단 이후가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라며 “더 높게 쌓기 위한 기술과 함께 측면 스케일링(Scaling)에 필요한 웨이퍼 본딩 기술 개발도 병행 중이며 데이터 저장 방식을 QLC, PLC와 같이 다중 저장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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