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러시아 유튜버의 장난 전화에 속았다며 유럽 지도자들이 20개월간 지속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쳤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각각 ‘보반’과 ‘렉서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러시아 유튜버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와 알렉세이 스톨야로프는 이날 멜로니 총리와의 통화 녹음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멜로니 총리는 15분 분량의 통화 녹음에서 “많은 사람이 피곤해하는 것을 본다. 진실을 말하자면 아마도 우리는 모두가 탈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순간에 가까워지고 있다. 문제는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출구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올해 이탈리아가 12만명의 아프리카 이민자를 받아들였는데 나머지 유럽연합(EU)국가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불평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아프리카연합의 고위 외교관과 통화하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의 유튜버 보반과 렉서스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 유튜버가 공개한 통화 녹음이 사실이라고 인정한 뒤 9월 18일에 통화가 이뤄졌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총리가 속은 것에 대해 유감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전에도 두 유튜버는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해리포터’의 저자 J.K롤링, 영국 가수 엘튼 존 등에도 속임수 통화를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이 세계 지도자들과 쉽게 전화 통화에 성공한 것을 두고 이들이 최소한 러시아 보안 기관의 상당한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라 레푸블리카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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