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정도 가게 되는 정선 민둥산. 강원도 캠핑 장소로 전국 백패킹 성지로 불리는 몇 곳 중 한 곳으로 딱히 일정을 정하지 않은 급조된 퇴근박으로 혼자캠핑을 즐기고 싶어 찾아든 곳이다.
정선 민둥산으로 향하던 중 저녁 식사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국밥으로 치른다.
백패킹을 하는 것은 산을 오르고 산정에서 하룻밤 보내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먹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었으나 세월이 흐르며 아예 비화식으로 전향을 했고 오늘의 퇴근박처럼 늦게 산을 오르는 경우는 휴게소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편이다.
1년에 즐기는 민둥산 일출 백패킹.
https://tv.naver.com/v/42065102
늦게 도착한 곳은 민둥산 2코스 주차장.
3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데 나와 같이 혼자캠핑을 즐기러 오신 분들인지 알 수는 없다.
등산로 초입.
이제부터 혼자캠핑을 즐기기 위해 걷는다.
낮엔 몰랐는데 밤이 되니 갈림길이 헛갈린다.
이정표를 가까이 바라보고 지도를 확인한 뒤에 걸음을 옮긴다. 괜한 헛걸음으로 에너지 낭비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지도와 이정표를 제대로 안 보고 일단 가보자 “직진 쿠니”를 하며 알바를 하기엔 힘이 부족하다.
워낙 잘 닦인 등로이기 때문에 헤맬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알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지 아리송하다 싶으면 무조건 지도 확인부터 하니 헛걸음할 일 없이 제대로 끝없을 듯한 지옥의 계단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털레털레 느릿한 걸음으로 몸을 이동시켰음에도 정상석 앞에 도착해 버렸다.
해발 1,119m의 강원도 정선 민둥산.
나의 텐트는 제일 왼쪽 노랭이.
오른쪽의 텐트 2동은 다른 백패커의 잠자리로 일면식 없는 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패커의 끈끈함 때문일까 가볍게 인사하고 ‘수고하셨다’ 인사를 나눈 뒤 각자 자기 할 일을 한다.
그래! 지금 강원도 캠핑 퇴근박을 즐기는 시간.
백패킹 성지라 불리는 정선 민둥산.
워낙 출발을 늦게 한 상태라 밤 12시가 다 되어가긴 하지만 곧바로 잠이 오질 않아 잠시 텐트 밖으로 나섰다.
텐트와 함께 별 사진을 찍어본다.
스마트폰 프로 기능을 이용해 촬영한 별사진.
어지간한 미러리스보다 낫다는 생각.
밤이라 그런지 구름을 못 봤었는데 사진촬영을 하니 구름의 흐름이 카메라에 잡혀 있다.
밤바람이 꽤 쌀쌀한 탓에 더 돌아다니지 못하고 엔딩.
다음날 새벽 05시 45분.
알람을 06시에 맞췄는데 15분 전에 자동 기상을 해버렸다.
지난 강원도 캠핑에서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여지없이.
여명이 터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정선 민둥산 정상석을 카메라(폰)에 담는다.
여기 정선 민둥산이 백패킹의 성지로 불리게 된 것은 엄청나게 넓은 정상데크가 있어서가 아니라 뷰 때문이다.
아마도 백패킹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올라와보셨을 곳이 여기 정선 민둥산일 거라 생각된다.
게다가 가을 시즌은 전국에서도 유명한 억새 군락지이기에 일출 산행을 하시는 분들, 사진촬영을 위해 올라오시는 분들까지 여러 목적의 사람들이 찾아드는 곳이다.
여명의 하늘 속엔 별이 총총 박혀 반짝인다.
이 순간순간들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절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기억되기에 매년 1회는 방문하게 되는 백패킹 성지라 하겠다.
정선 민둥산 1코스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 정상석 방향의 등로 끝자락을 올려다본다.
어제 올라온 2코스와는 분위기가 다른 등로.
해가 뜨기까지는 아직 시간 여유가 있어 빵인지 과장인지 모를 것 2개와 우유 대신 마실 것 하나. 오늘 아침 식사다.
안 그래도 가볍게 패킹을 했는데 이마저도 빠지면 패킹 사이즈와 무게 모두 줄어들 듯.
식사를 하며 텐트 밖을 내다보니 일출 촬영에 여념 없는 사진작가 한 분이 데크 아래로 보인다.
이기는 반대편 데크로 2개의 데크가 연이어져 있으며 각 데크당 2~3개 정도의 텐트가 들어설 공간이 보인다.
잉? 벌써 해가 뜬 건가 싶었는데 올라오는 해가 구름에 반사되어 보이는 현상.
아직 30분 전이니 텐트를 걷을 여유는 있다.
패킹을 하고 정상석 부근으로 올라왔다.
저 아래 흰색 동그라미가 나의 등짐.
혼자 캠핑이기에 가볍고 작게.
밤에 봤을 때보다 더 잘생겼구나 민둥산 정상석.
오늘은 산행이라는 기분보다 강원도 캠핑이라는 기분으로 방문했고 억새 군락지 산행이라기보다는 백패킹 성지.
드디어 멀리서 빼꼼하게 태양의 머리가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일출 백패킹이기도 하군.
저 너머로 보이는 바람개비는 아마도 대이리 군립 공원 위 지각산과 덕항산 사이의 산능선 위일 거라 짐작한다.
태양이 능선을 벗어나 완전히 둥근 모양을 갖췄다.
억새와 어우러진 태양의 주홍빛 따스함.
이젠 정말 따스한 게 좋아질 시절로 들어섰다.
정선 민둥산 1코스 방향.
옆에서 주무신 분들도 건너편 데크에서 주무신 백패커도 모두 짐 정리에 여념이 없는 상황.
일출의 그 순간을 즐겼으니 이제 더 많은 등산객이 올라오기 전에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 예의다.
산에서 먹을 것을 고민하지 않으니 등짐의 부피와 무게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
배낭의 정확한 크기는 모르겠으나 들었던 바에 의하면 대략 35리터 내외인 것 같다. 혹시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들고 온 헤비 다운과 기타 등등을 빼버리면 굳이 35리터 배낭까지도 필요 없을 듯.
이제 대부분의 혼자캠핑에서, 특히 백패킹에서는 먹거리에 의해 ‘무거운 짐 진 자’들 중 하나가 되긴 싫다.
백패킹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는 가지고 올라가는 것을 최소화하고 부피를 줄이면 심신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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