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가계통신비 경감을 위해 스마트폰 단말기 구매 부담 완화에 나선다. 연내 40만원대 중저가폰을 출시하고, 해외에서 시범 운영 중인 리퍼폰도 국내에 도입한다.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고가 단말기가 통신요금 부담을 높인다는 지적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강봉구 삼성전자 부사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 마지막날 참고인으로 출석해 “오는 12월 4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갤럭시M44 모델 기반 KT 전용 단말인 ‘갤럭시 점프3’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국내서 판매하는 중저가 모델은 자급제 2종을 포함해 총 12종으로 늘어난다. 현재 갤럭시A 시리즈 등 11종을 국내 유통 중이다. 가격은 29만~79만원대로 200만원이 넘는 갤럭시Z폴드5, 115만원부터 시작하는 갤럭시S23 등 플래그십 모델과 비교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삼성은 이동통신사와 지속 협의를 통해 통신사 전용 중저가 단말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는 해외 대비 국내 유통되는 중저가폰 수가 적다는 지적에 따랐다. 삼성전자는 국내 단종한 M시리즈를 포함해 유럽은 21종, 인도는 37종의 중저가폰을 판매 중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중고폰 활성화 방침에 맞춰 해외에서만 판매하던 리퍼폰도 국내 출시 예정이다. 중고폰을 수리해 재판매하는 리퍼폰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가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은 미국·영국·프랑스에서 출고가 대비 최대 69% 저렴한 리퍼폰을 시범 판매 중이다. 국내서도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거둬들인 중고폰 전량을 SK텔레콤 자회사 민팃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다만 삼성 자체 채널로 판매하는 것이 아닌 만큼 소비자 신뢰성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중고폰 인증제 도입을 서두른다. 국회도 법안 마련으로 힘을 싣는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고폰 거래시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덜어낼 수 있도록 개인정보 삭제 의무 등을 제도화할 것을 주문했다.
삼성이 중저가폰 라인업 확대와 리퍼폰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국회를 중심으로 가계통신비 인상의 주된 요인이 고가 단말기에 있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지난 2년간 번갈아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올해 양사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고가는 3년전과 비교해 각각 17.3%, 15.2% 올랐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물가상승률이 1.8%인데 반해 단말기 가격은 8~10% 오르면서 폰플레이션(스마트폰+인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강조했다. 초고가폰 전략이 가계통신비 물가 상승 가중 요소라는 지적이다.
강봉구 부사장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중저가폰을 확대하고 리뉴드폰(리퍼폰) 출시를 추진하겠다”면서 “유관 사업부와 논의해 통신비 인하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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