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로 예정됐던 결승이 오전으로 변경돼 직관 성사
(항저우=연합뉴스) 설하은 기자·항저우 공동취재단 = ‘장애인 수영 간판’ 조기성(스포츠등급 S4·부산장애인체육회)의 어머니 김선녀 씨는 국제대회에서 역영하는 아들의 모습을 9년 만에 경기장에서 지켜봤다.
우여곡절 끝에 가족은 ‘직관’을 했고 조기성은 은빛 역영으로 화답했다.
조기성은 2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1분30초03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애초 자유형 100m 결승은 24일 오후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오전으로 당겨졌다.
항저우를 찾은 조기성의 가족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24일 오후 수영 경기 입장권은 모두 팔렸고, 조기성의 가족들은 25일에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자유형 100m 결승전이 24일 오전으로 바뀌면서 가족들은 입장권을 구할 수 있었고, 경기장에서 조기성을 응원했다.
어머니 김선녀 씨는 “아들의 국제대회 경기를 보러 온 건 9년 만이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본 뒤로 처음”이라며 “직접 보니 정말 좋았다. 메달을 따서 더 좋았다”라고 말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과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은 가족이 이동하기에 너무 멀었고,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은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접 관람하는 게 불가능했다.
조기성은 지난 5년 동안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선 자유형 100m 5위, 자유형 200m 6위에 머물렀다. 장애가 심해지면서 기록에도 영향을 미쳤다.
선천성 뇌병변장애로 하체를 쓰지 못하는 조기성은 시간이 갈수록 어깨 관절과 근육이 굳고 있어 역영이 쉽지 않다.
계속되는 고전으로 조기성은 한때 은퇴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조기성을 향한 가족들의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김선녀 씨는 “아들이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우리가 속상해할 일은 얘기하지 않고 ‘괜찮다’고 넘어가곤 한다”며 “‘너무 힘들면 은퇴해도 괜찮아’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제 주 종목도 평영으로 바꾸고 조금씩 기록이 만들어지니까 자기도 마음이 편해지고 여유로워진 것 같더라. 지금은 마음 다잡고 ‘한 번 더 해보자’라는 각오로 열심히 한다”라며 흐뭇하게 웃었다.
아버지 조명환 씨도 “워낙 성격이 밝은 아이라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미소 지었다.
24일 결승이 끝난 뒤 조기성과 가족들은 짧게 만났다.
조기성은 누나와 어머니, 아버지의 손을 차례로 잡았다. 사실 긴 대화는 필요하지 않았다.
아쉽게도 조기성의 시상식이 열린 24일 오후 입장권은 끝내 구하지 못해, 가족들은 조기성이 메달을 거는 장면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아쉬움을 꾹 누르고 “기성이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잘했으면 좋겠다. (국제대회 출전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더 잘했으면 좋겠다”라고 조기성을 응원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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