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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차를 자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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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차가 깨끗하면 사고를 줄일 수 있으니까. 확실히 그렇다

교외로 이사와 살며 거의 매일 자동차 전용도로를 탄다. 도로 진입을 위해 램프를 타고 돌 때마다 본다. 흩어져 나뒹구는 희고 검은 비닐봉지. 누군가 창밖으로 던져버린 쓰레기들.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저런 걸 아무렇게 길에 던지는 자의 면상은 어떻게 생겼나 보고싶다. 던진 자의 부도덕이나 저급한 시민의식에 분개하다가도 문득 궁금해진다.

왜 쓰레기 봉지들은 이런 곳에 던져질까? 램프 곡선구간,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을 만한 사각지대에 조르르 버려져 있다. 가끔씩 말끔히 치워져 있기도 하지만 이내 하나둘 쓰레기로 채워진다. 남의 눈에 띄지 않을 딱 그만큼의 구간. 길가 풀숲에 봉지들이 쌓인다.

저 정도 쓰레기 뭉치를 창밖으로 던져버릴 만큼 두꺼운 낯짝도 남의 눈을 의식할까? 누가 보든 말든 아무 때나 아무 데나 던져버리면 그만일 텐데. 그런데도 굳이 보이지 않는 커브 구간에만 일부러 모아놓은 것처럼 쓰레기 더미가 생긴다. 사방 시야가 뻥 뚫린 도로변에는 쓰레기가 없는데.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사회적 동조라고 풀이한다. 던져진 쓰레기를 본 순간 내 차에 있는 쓰레기도 주저없이 던진다는 얘기다. 다른 사람들도 하는데 나 하나쯤. 이런 생각. 사회적 동조는 우리 일상에서 좋은 행동이든 나쁜 행동이든 관계없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모방하거나 응용하도록 자극한다고 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도 이런 심리를 꿰뚫는다. 창문이 깨진 채로 건물이 방치되면 이내 더 많은 유리창이 깨지고 쓰레기가 쌓이며 나아가 이곳이 범죄의 온상이 된다는 이론. 1980년대 후반 뉴욕 시가 범죄예방에 이 이론을 적용한 사례는 유명하다. 치안이 불안하기로 악명높던 뉴욕 지하철에 순찰을 강화하는 대신 낙서를 지우고 청소에 꾸준히 집중한 결과 범죄율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깨끗한 곳에 쓰레기를 버리려면 많은 양심의 가책이 발생한다. 반면, 누군가 버린 컵을 보면 쓰레기통을 찾다가도 먹던 캔을 그 옆에 슬며시 버리고 가는 심리. 이 생각을 좀 더 하다보면 우리가 몸을 단정히 하거나 옷을 차려 입는 행위, 심지어 세차를 잘 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될 수 있다. 격식 차려 옷을 입으면 행동이 절제된다. 멀쩡한 사람도 예비군복을 입으면 왜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침을 뱉는지 남자들은 대체로 이해한다.

마찬가지로 차가 깨끗하면 운전을 더 잘할 수 있다. 사고 발생도 줄어든다. 내 주장이지만 보증할 수 있다. 비싼 차를 타지 않아도 차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 신호를 잘 지키고 과속을 하지 않으며 난폭운전을 확실히 덜 하게 된다. 나는 그랬다. 세차를 했을 때, 특히 모처럼 손세차를 꼼꼼히 했을 때 차를 대하는 내 태도가 달라지는 걸 자각하곤 했다.

차가 깨끗해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운전을 함부로 하지 않게 된다. 차를 유난히 오래 타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차가 깨끗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고를 내지 않아 차를 오래 타는 것이 아니라 차를 깨끗하게 관리하니 사고 없이 오래 차를 소유하는 거다. 더러운 차는 아무래도 함부로 대하게 마련이다. 심성이 나빠서, 이중인격자라서가 아니다. 보편의 인간 심리가 그렇다는 얘기다.

더러운 램프 구간을 다시 떠올린다. 이유를 알았으니 해결해야지. 버리는 자들의 인간성을 탓할 게 아니라 구청에 대책을 건의해야지. “으슥한 덤불을 베어버리고 너른 시야를 확보하세요. 기왕이면 꽃밭이라도 가꾸면 좋아요.”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상을 주려나. 귀찮은 민원이라고 탓하지나 않으면 좋겠다. 
 

오토카코리아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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