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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갱’ 강아지 때려죽인 영상에…보던 경찰도 고개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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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세상에 없는 개. 도살자에 의해 몽둥이로 두들겨 맞아 죽은 개. 15일 오후 1시부터 열린 '개식용 금지법 촉구'를 위한 집회.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개이지만, 이와 마음이 이어진 이들은, 마음이 있는 이들은 모두 다 영상을 보고 맘 아파하고 울었다./사진=동물권단체 케어
이미 세상에 없는 개. 도살자에 의해 몽둥이로 두들겨 맞아 죽은 개. 15일 오후 1시부터 열린 ‘개식용 금지법 촉구’를 위한 집회.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개이지만, 이와 마음이 이어진 이들은, 마음이 있는 이들은 모두 다 영상을 보고 맘 아파하고 울었다./사진=동물권단체 케어

“깨갱, 깽, 깽, 끼잉.”

15일 오후 국회 앞에 고통스러워하는 개의 신음이 울려 퍼졌다. 커다란 전광판에서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붙들린 누렁이는 몽둥이로 맞고 있었다. 맞을 때마다 몸을 움찔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오래 가진 못했다. 이내 작은 몸이 축 늘어졌다. 죽은 거였다.

울진 개농장 한쪽에 있던 도살 도구들. 이 개농장은, 불길이 휩싸이는 동안에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 뜬장에 있던 개들을 불타 죽게 만들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울진 개농장 한쪽에 있던 도살 도구들. 이 개농장은, 불길이 휩싸이는 동안에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 뜬장에 있던 개들을 불타 죽게 만들었다./사진=남형도 기자

개의 목을 칼로 썰고, 작은 강아지 머릴 쇠 파이프로 내려치고, 산 개의 목을 매단 후 방망이로 때리는 모습이 연달아 나왔다. ‘개식용 금지 법안’을 촉구하기 위해 열린 집회. 이를 외치던 시민 200여명들 사이에서도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개식용 금지법 통과 촉구를 위해 모인 시민 200여명. 동물권단체 케어가 주최했다./사진=동물권단체 케어
개식용 금지법 통과 촉구를 위해 모인 시민 200여명. 동물권단체 케어가 주최했다./사진=동물권단체 케어

“집회 현장을 지키던 경찰들도 영상을 지켜보다 고개를 떨구더라고요.”

해당 집회를 주최한 동물권단체 케어 관계자의 말이 그랬다. 이 자리에 참석한 동물보호가 ‘스나이퍼안똘’ 박성수씨“많이 본 영상인데도 볼 때마다 참…”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이게 현실이다. 빨리 끝내기 위해 오늘 같은 일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개고기는 이미 ‘불법’, 관습이라며 못 막아왔다


개농장 뜬장에 다닥다닥 붙어서, 갇혀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개들.ㅊ/사진=남형도 기자
개농장 뜬장에 다닥다닥 붙어서, 갇혀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개들.ㅊ/사진=남형도 기자

개고기를 팔고 조리하는 건 현행법상으로도 ‘불법’이다. 축산법상으로 개는 가축이다. 기를 순 있다. 그러나 도살과 유통, 가공 등 먹거리 위생을 위한 축산물위생관리법상으론 가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개고기 판매와 조리가 불법인 거다. 그걸 식용으로 하면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는다.

이런 곳에서 자고, 이런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다./사진=동물보호가 스나이퍼 안똘 박성수씨
이런 곳에서 자고, 이런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다./사진=동물보호가 스나이퍼 안똘 박성수씨

또한 식품위생법상 ‘식품’도 아니다. 먹을 수 없단 얘기다.

담당 부처서 관리만 잘해줘도 끝나는 문제이지만, 오랜 관습이라며 떠맡지 않았다. ‘사각지대’에 놓여 왔다. 그러는 사이 동물권과 육견업자들 간 갈등만 커져 왔다. 이미 불법이지만, 결국엔 다시 명확한 법으로 끝내야 하는 상황이 온 거다.

일본 동물보호 활동가가 개식용 금지법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는 영상./사진=동물권단체케어
일본 동물보호 활동가가 개식용 금지법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는 영상./사진=동물권단체케어

국제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개를 먹는 나라는 세 나라뿐이다. 우리나라, 중국, 베트남. 이로 인해 국제 무대에서 ‘개고기를 먹는 나라’라며 놀림감이 되는 경우도 많다. 15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개식용 금지법 촉구’ 집회에서, 일본 활동가들은 “개고기는 전 세계의 슬픔”이라며 법안 통과를 함께 촉구하기도 했다.

개식용 금지법 ‘급물살’…여야 ‘공감대’ 이룬 건 처음


여야가 뜻을 같이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을 만들었다. 44명의 국회의원들이 모였다./사진=뉴스1
여야가 뜻을 같이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을 만들었다. 44명의 국회의원들이 모였다./사진=뉴스1

이에 따라 개식용 금지 문제가 논의는 돼 왔다. 20대 국회에서도 개식용 금지를 위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그때마다 ‘사회적 합의’ 부족이라며 계속 흐지부지돼 왔다.

사회적 합의. 그래서 2021년엔 부처, 동물보호단체, 육견협회 등이 다 포함된 ‘개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위원회’가 마련됐다. 23차례나 회의했다. 그러나 논의는 제대로 안 됐다.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단 거였다. 올해 3월 이후엔 활동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그러다 개고기 식용 문제로 인한 갈등에 마침표를 찍을 최적의 시기가 올해 찾아왔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우선 여야가 이 문제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월 14일에 동물보호법 개정안을(개, 고양이 도살해 식용으로 쓰거나 판매하는 행위 금지) 발의했다. 이어 6월28일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예 ‘개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을 냈다. 개 사육, 증식, 도살 금지, 여기에 폐업시 지원금과 직업 훈련을 시키는 방안까지 담겼다. 한 의원은 “개식용 종식 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이 중점 추진하는 법안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당 차원에서의 힘이 더 실려 있는 거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6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차 전국위원회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6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차 전국위원회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후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8월 16일 ‘개식용 금지 및 폐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고, 이달곤 의원은 9월 19일 ‘개식용 종식 촉구 결의안’을 냈다. 여야 의원 44인으로 구성된 ‘개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이 8월 24일 공식 발족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9월 26일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올해 10월까지 입법 마무리하겠단 다짐을 했고, 저희 당은 변함없이 추진하겠단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힘을 더하고 있다. 지난 4월 청와대 비공개 오찬에서 “개식용을 임기 내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고, 8월 30일 ‘개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 회견장에도 찾아와 “개식용이 금지될 때까지 끝까지 운동하고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재차 확인했다.

농식품부 장관도 “개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해야”…국민 여론도 86.3% “개고기 안 먹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더하여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뜻을 같이한단 입장을 밝혔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1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이른 시일 내에 (개식용이) 종식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개식용 종식을 위한 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 장관은 “의견차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게 맞다”고 했다. 개농장 폐업에 따른 보상안에 대한 질문엔 “특별법을 제정해 역할을 하겠다. 검토할 게 많다”고 덧붙였다.

/사진=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사진=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최근 국민 여론 조사도 개식용 금지법 추진에 탄력이 될만하다. 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과 닐슨아이큐코리아가 지난달 1500명(18~59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 86.3%가 “앞으로 개식용을 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57%는 “개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계양산 개농장서 구조돼 비로소 '아크 보호소'에서 살아가는 개들. 구해주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다정한 눈빛./사진=남형도 기자
계양산 개농장서 구조돼 비로소 ‘아크 보호소’에서 살아가는 개들. 구해주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다정한 눈빛./사진=남형도 기자

특히 전통적으로 개고기 소비층으로 여겨지던 4050 인식 변화가 두드러졌다. 50대의 73%“모든 개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했다. 50대 중 64%는 “개 식용 과정의 잔인성 때문에 법으로 금지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평균보다도 11%포인트 높았다.

통과 관건은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회’…”한 명이라도 끝까지 반대하면 쉽지 않아”


초복날 남양주 개농장에서 구해진 개들. 죽을 때가 되어서만 나온 개들이, 바라본다. 두려워하는 눈빛이다./사진=남형도 기자
초복날 남양주 개농장에서 구해진 개들. 죽을 때가 되어서만 나온 개들이, 바라본다. 두려워하는 눈빛이다./사진=남형도 기자

그렇다고 무조건 낙관할 수만은 없다. 21대 국회 회기가 내년 5월까지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 이날 ‘개식용 금지법 촉구’ 집회에 참석한 배우이자 유기견 보호소 소장인 이용녀씨 “한 달 후면 각 정당이 총선으로 소용돌이에 빠질 거다. 그러면 개식용 금지법 관심 없을 거고, 또 나 몰라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뒷걸음질 치지 않게 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 “국회에 개식용 종식 관련 법안이 다수 제출돼 있지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에서 논의가 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국회 임기가 7개월 남은 상태에서 (법안들이) 자동 폐기되는 게 아닌지 매우 걱정”이라고 했다.

개식용 금지법 통과를 위해선, 일단 상임위원회인 국회 농해수위 문턱을 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회의 9명 위원들(어기구, 신정훈, 안호영, 윤준병, 이원택(이하 더불어민주당), 박덕흠, 정희용, 최춘식, 홍문표(이하 국민의힘))이 심사를 맡게 된다. 법안을 다 심의하는 게 아니며, 여야 간사간 합의한 법안만 논의하게 된다. 아예 논의조차 안 될 가능성도 있는 거다.

울진 개농장에서 발견한 건, 도살하고 남은 개들의 발 같은 거였다. 개들에게 간식으로 먹으라고 줬단다./사진=남형도 기자
울진 개농장에서 발견한 건, 도살하고 남은 개들의 발 같은 거였다. 개들에게 간식으로 먹으라고 줬단다./사진=남형도 기자

개식용 금지 관련 법안 중에선, 발의 후 60일이 넘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낸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개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이 법안소위 심사 중이다. 태영호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소위에서 논의 중인 걸로 알고 있다”고 정도만 답했다.
야당 한 중진 의원은 “법안소위 위원들 의사가 중요하다. 한 분이라도 끝까지 반대하면 통과가 쉽지 않다”“최소한 개인적으론 반대해도, 법안 통과를 막진 않겠다 정도의 합의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농장서 구조된 뒤, 아크보호소에서 비로소 살아가는 개들. 반려견과 다르지 않다. 산책도 이렇게 잘한다./사진=남형도 기자
개농장서 구조된 뒤, 아크보호소에서 비로소 살아가는 개들. 반려견과 다르지 않다. 산책도 이렇게 잘한다./사진=남형도 기자

김영환 케어 대표 “공권력은 현 시스템을 유지하려 하며, 스스로 바꾸려는 의지가 없는 집단이다. 그게 사회 구조에서 본성적인 부분”이라며 “바꿀 유일한 힘은 시민들밖에 없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역할을 촉구한 거다. 한 의원도 “정부에도, 대통령실에도, 농해수위 위원님들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의견을 전달해달라”고 당부했다.

비좁고 더럽고 냄새나고 불편한 공간, 뜬장. 그 자체로 동물학대다. 항생제의 힘으로 버티며 무럭무럭 키워진 뒤 도살된다. 개고기가 된다. 이를 멈출 수 있는 건, 명백히 금지하는 법뿐이다./사진=동물보호가 스나이퍼 안똘 박성수씨
비좁고 더럽고 냄새나고 불편한 공간, 뜬장. 그 자체로 동물학대다. 항생제의 힘으로 버티며 무럭무럭 키워진 뒤 도살된다. 개고기가 된다. 이를 멈출 수 있는 건, 명백히 금지하는 법뿐이다./사진=동물보호가 스나이퍼 안똘 박성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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