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종환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세상을 떠나기 전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떠돌이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5일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는 지난 7일 별세한 고 박종환 감독의 추모 특집이 방송됐다.
고 박종환 감독은 1983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 4강 신화를 이끌어 낸 주역이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성남FC 창단 감독으로 부임, 정규 리그 3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감독이 아내와 사별 후 집도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해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렸다”고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이어 “친한 친구들, 선배들에게 돈을 좀 빌려줬다. 있는 걸 다 줬는데 한 푼도 못 받고 얼굴도 못 보는 신세가 됐다. 남들은 내가 화려하게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비참하기 한이 없는 사람”이라고 털어놨다.
또 “내가 나이가 많기 때문에 친구는 별로 없지만 제자들이 많다. 의리와 정 때문에 사는 사람인데 그게 무너질 때마다 너무 힘들다. 우울증은 내가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와서 나도 놀란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힘들 때 사별한 아내가 있는 납골당을 찾는다고도 전했다. 그는 “가족에 소홀해질 때도 있었는데 뒤에서 몰래 경기를 보고 가더라. 내 눈에 안 띄게 하려고. 내 아내여서가 아니라 진짜 대단한 아내다. 이런 여자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며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표했다.
이후 박 감독의 자녀들의 인터뷰도 이어졌다. 박 감독 아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갑작스럽게 이런 상황이 닥칠 줄은 몰랐다. 아직까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어머니와 함께 외롭고 쓸쓸하지 않게 계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의 딸은 “추석 이후에 갑자기 ‘코로나19’에 걸리셔서 응급실에 가게 됐다. 패혈증이라고 해서 투석까지 했는데 못 버티시고 다음 날 운명하시게 됐다”며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전했다.
고인은 지난 7일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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