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토레스 EVX는 어떻게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는지가 의문이다. 여기서 잠깐, 지난 7월 한국 전기차 시장을 뒤흔든 이른바 ‘테슬라 모델 Y 대란’을 기억하는 네티즌도 있을 것이다. 테슬라의 중형 크로스오버 모델 Y가 돌연 보조금 100% 수혜가 가능한 금액대로 복귀했다. 물론 싱글 모터 모델에 중국 생산분이라는 차이가 생겼지만, ‘테슬라’라는 브랜드만으로 가치는 충분했다. 논지는 토레스 EVX와 모델 Y의 낮은 가격에 대한 비결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바로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점이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줄여서 LFP 배터리라고 칭한다. ‘LFP’는 양극재를 의미한다. 양극 소재는 통상적으로 배터리 셀의 용량과 안정성 등을 결정하는 요소다. 우리가 아는 현대의 아이오닉 시리즈나 다임러 AG, 그리고 테슬라의 프리미엄 모델들은 ‘삼원계’ 라고 칭하는 배터리 셀을 사용한다. ‘니켈’과 코발트 망간을 섞은 NCM, 혹은 알루미늄을 섞은 NCA 배터리가 주다. 당연히 리튬 또한 혼합되어 있다. 삼원계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한국의 프리미엄 배터리 3사는 이 삼원계 배터리 셀의 양산에 집중하는 중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전부터 LFP 배터리에 투자해 왔다. 공룡 기업 CATL이나 BYD, 모두 LFP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테슬라의 모델 Y 역시 CATL의 배터리 셀을 적용하며, 토레스 EVX는 중국 BYD와의 협력으로 개발되었다는 내용으로 보아 비야디의 셀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LFP 배터리의 L은 리튬, F와 P는 각각 철과 인의 원소기호다. 철과 인은 니켈에 비해 단가가 낮고, 공급량이 훨씬 풍부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 때문에 테슬라의 모델Y나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는 높은 배터리 용량으로도 낮은 가격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기자동차 한 대의 원가에서 배터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0~30%라고 한다. LFP 배터리의 단가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마찬가지로 20~30%가량 저렴하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80Kwh급의 배터리 팩을 생산한다면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300만 원 수준의 비용 절감 효과가 생긴다. KG모빌리티가 협력한다고 하는 중국의 비야디는 대규모 배터리 셀 생산 업체이면서, 대형 완성차 제조사이기도 하다. 원가 절감에 있어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 세계는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단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말고도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공급 안정화와 높은 안전성에 대한 강점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차량 화재 시 삼원계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이 문제가 되는 가운데, LFP 배터리는 일반 가연성 소재와 동일한 연소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또한 삼원계 배터리는 코발트 수급 불안정 및 노동 착취 등의 윤리적 문제에 맞닥뜨렸고, 대응책으로 출시되는 ‘하이-니켈’ 배터리는 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탈피하기 어렵다.
물론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 특히 반응성이 낮은 만큼 겨울에서는 항속거리가 심하게 감소한다는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삼원계 배터리가 프리미엄 자동차용 셀, LFP 배터리가 양산형 전기차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미래를 전망한다.
만약 두 종류의 배터리 셀 중 하나라도 근본적인 단점을 해결하게 되는 시대가 온다면, 배터리 시장 전체를 흡수하게 될 여지도 있다. 이제는 국내 배터리 3사도 LFP 배터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실천해 나갈 것이라 한다. 과연 미래 전기차 산업과 배터리 산업의 시장 동향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EV라운지 파트너 필진 유현태 evloun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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