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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의 재취업을 돕는 구직급여가 실수령액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웃돌아 되레 취업 의지를 떨어뜨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구직급여의 높은 하한액을 폐지하는 등 제도 합리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 실업급여 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총은 구직급여의 높은 하한액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구직급여 하한액은 평균임금 대비 44.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 정부에서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최저임금과 연동된 구직급여의 하한액(최저임금의 80%)도 덩달아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올 들어 실직자의 구직급여액은 최소 185만원으로 최저임금(201만원)의 92%에 이른다. 실수령액(세후) 기준으로는 오히려 일을 하면서 받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OECD는 “한국의 실업급여 제도가 높은 하한액으로 인해 실업급여를 수급하다 최저임금 일자리로 취업할 경우 오히려 세후소득이 줄어 근로의욕을 저해한다”며 “이런 체계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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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급여를 받기 위한 최소 요건이 낮은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현재 실업급여제도는 실직 전 18개월 동안 사업장에서 근무한 기간(고용보험 가입기간)이 180일 이상이면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기준기간(18개월)과 기여기간(180일)이 짧다보니 반복적인 구직급여 수령이 용이해져 실업급여 제도의 비효율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것이다. 이에 경총은 기준기간은 18개월에서 24개월로, 기여기간은 180일에서 12개월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업급여 계정이 출산·육아 정책에 활용되는 점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육아휴직 급여 등 모성보호급여가 사업 취지와 맞지 않게 고용보험기금(실업급여 계정)에서 지출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실업자의 생활 안정과 구직활동 촉진을 위해 노사가 조성한 실업급여 계정에서 모성보호 급여가 나가고 있다”며 “고용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 확대로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직급여의 폭넓은 수급자격과 느슨한 관리체계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총은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구직급여를 여러 번 받아가는 반복수급자에 대한 제재가 미흡하고, 실업급여 수급 자격 인정률이 99.6%로 높다고 주장했다. 초단시간 근로자의 기초일액 산정 시 1일 소정근로시간이 3시간 이하인 경우에도 4시간으로 간주해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총은 반복수급자에 대한 구직급여 감액 적용, 구직노력 확인 시스템 개선 등 수급자격 및 관리쳬게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책 효과성이 부족하고 재정부담을 가속화하는 취업축하금 성격의 조기재취업수당도 폐지·축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실업급여제도를 지나치게 관대하게 운영하면서 곳곳에서 도덕적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일하는 사람이 실업자보다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이고 불공정한 구직급여 제도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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