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타잖아요. 150원 차이라지만 그게 모이면 한 달이면 3만∼4만원 차이가 날 테니까요. 부담이 안 될 수가 없죠.”
직장인 이모(26)씨는 7일부터 지하철 기본요금이 오른다는 소식에 전날 처음으로 요금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 지하철 정기권을 찾아봤다.
그동안은 지하철 정기권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써야 할 필요까지는 못 느꼈는데 이제는 정말 구입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이씨는 “한 달 교통비로만 9만원 정도가 나가는데 요금이 오르면서 12만원 정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외근이 많아 하루에 많게는 네다섯 번까지 지하철을 타는데 요금이 내년에도 더 오른다고 하니 부담이 된다”고 했다.
이날 첫차부터 서울·인천·경기 지하철 기본요금이 인상됐다.
교통카드 기준으로 지하철 기본요금은 일반 1천250원에서 1천400원으로 150원 올랐다. 청소년은 720원에서 800원, 어린이는 450원에서 500원으로 인상됐다. 지하철 1회권 가격은 기존 1천350원에서 150원 오른 1천500원으로 조정됐다.
수도권 지하철에서 운영하는 정기권 역시 바뀌는 기본요금에 현재 할인 비율을 그대로 적용해 연동 조정됐다.
서울 전용 1단계(20㎞까지)는 기존 5만5천원에서 6만1천600원, 18단계(130㎞ 초과)는 11만7천800원에서 12만3천400원으로 올랐다.
이날 서울 지하철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인상된 요금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서대문구에서 시청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30)씨는 “많은 직장인이 그렇듯 하루에 2∼3번은 지하철을 타는데 누적 사용금액이 불어나는 속도가 그 전보다 더 빨라질 거라고 생각하니 당황스럽다”며 “버스도 종종 타기 때문에 지하철 정기권을 쓰다 말다 했는데 다시 충전해 사용해야겠다”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차모(41)씨는 “금호역과 경복궁역 사이를 오가기 때문에 그동안 서울 전용 지하철 정기권을 사용해 왔다”며 “혜택이 괜찮았는데 이마저 올랐다고 하니 정말 가격이 안 오르는 게 없는 듯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요금 인상에 지하철 이용을 줄이는 등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아현역에서 만난 김혜진(36)씨는 “주변에 대형마트가 없어 늘 지하철을 타고 가까운 공덕역이나 신촌역으로 장을 보러 갔는데 이제는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야 하나 싶다”며 “한두 정거장의 가까운 거리는 최대한 걸어 다니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대입구역에서 만난 대학생 송승헌(22)씨는 “평소 미사역에서 혜화역까지 매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학생인 만큼 150원 인상도 큰 부담”이라며 “버스부터 지하철까지 모든 대중교통 요금이 오르면서 조금이라도 아끼고자 (대중교통 이용시 마일리지가 지급되는) 알뜰교통카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지하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채모(30)씨는 “오르는 게 좋다는 건 아니지만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지하철이 시설은 월등히 편리한데 훨씬 저렴한 편 아니냐”며 “지하철 요금이 워낙 저렴하다고 생각해 납득 가능한 수준의 인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의 대중교통 요금이 오른 것은 2015년 6월 이후 8년 1개월 만이다.
지하철에 앞서 지난 8월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카드 기준으로 간·지선 1천500원으로 300원 인상된 바 있다.
시는 지하철 요금도 300원 올릴 계획이었으나 서민 물가 상승 부담 등을 이유로 일단 150원을 먼저 올리고 추후 나머지 150원을 다시 인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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