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3조↑…21개월만 최대 폭
긴축 장기화·수신 경쟁에 상승 압력
5대 은행에서 나간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만에 3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구매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특히 최근 가계 빚을 자극해 온 50년 만기 주담대를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좀처럼 대출 흐름은 안정세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은행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 8%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17조8588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8591억원 증가했다. 이는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주담대가 폭증하면서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도 5개월 연속 늘어났다. 주담대를 포함한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조5274억원 증가했다.
다만 주택 구매 목적을 제외한 나머지 대출은 일제히 축소됐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신용대출은 107조3409억원으로 1조762억원 줄었고, 전세대출 역시 122조1756억원으로 2784억원 감소했다.
지금이 ‘집값 저점’이라는 조바심에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주담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가 가계대출 주범으로 꼽은 50년 만기 주담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였지만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불어나는 가계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지고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도 들썩거리면서 무리하게 집을 산 차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추석 연휴 기간 긴축 장기화 전망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했고 이에 한국 국채 금리도 출렁거렸다. 은행채 금리는 국채 등락에 영향을 받는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3일 4.8%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영향으로 5년 만기 한국 국채 금리도 4.151%로 전 거래일 대비 0.209%포인트 급등했다.
시중은행 주요 대출금리는 이미 7%대를 넘어 8%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5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4.17~7.12%,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4.00~6.23%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5대 은행의 주담대 하단은 3%대를 유지했지만, 일주일 만에 4%대로 오른 것이다.
최근 은행권 예·적금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출금리 상승 압력도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1년 전 채권시장 유동성 위기 때 유치했던 고금리 예금의 만기 시점이 돌아오는데, 이를 위해 은행 조달비용이 늘어나면 주담대 금리도 오르게 된다.
금융당국도 주담대 증가를 예의주시하며 거듭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동결됐으나, 고금리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며 “자금쏠림현상에 따른 시장불안 가능성도 상존하는 만큼, 시장 상황에 적시대응해달라”고 말했다.
또 “가계부채가 거시경제 부담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차주의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고, 금융사의 외형확대 경쟁 및 과잉대출을 차단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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