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뉴스를 접해 보면 궁금증이 생기기 일쑤죠. 당장 오늘 일어난 일을 설명하기에도 바빠 맥락과 배경까지 꼼꼼히 짚어주는 뉴스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과도해도 정보가 경쟁력인 시대입니다. [금융TMI]에서는 금융 정책이나 용어, 돈의 흐름, 히스토리 등을 쉽게 설명해 전달하고자 합니다. 따분하고 어렵기만 한 금융 기사를 친절한 ‘TMI(Too Much Information)’로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올해 7개 은행서 횡령 금액 3004억 규모
감시인력↑ㆍ장기근무 인력↓ 비율 지키고
‘책무구조도’ 통한 내부통제 강화 노력 시급
다음 주 정무위 국감서 관련 발언 주목해야
‘내부통제’.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언급될 핵심 열쇳말 중 하나다. 올해 들어 은행권에서만 3004억 규모 횡령 사실이 적발된 가운데, 금융사고의 원인으로 꼽히는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올해 국감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통제 이슈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다뤄졌다. 작년 금융위 국감에서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당국에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지만, 여전히 사고가 반복된다는 점을 지적하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감독당국이 조사를 나갈 때 내부통제제도를 더 집중적으로 봐서 (금융사가) 더 신경을 쓰게 만들겠다”며 “금감원은 제도 보완점을 살피고 있고 금융위는 책임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보고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2018년 6월에도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 TF’를 구성하고 내부통제 관련 조직, 체계 및 운영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매년 금융사고 횡령 규모는 오히려 증가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사에서 2017년 144억7500만, 2018년 112억8400만, 2019년 131억6300만, 2020년 177억3800만 원의 횡령 사고가 적발됐다.
지난해 역시 우리은행의 700억 규모 횡령사고를 포함해 은행권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은 11월 은행연합회와 국내은행들과의 논의를 바탕으로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혁신안에 따르면 내부통제 강화 활동 등을 하는 준법감시부서 인력은 2027년 말까지 15명 이상에 전체 임직원의 0.8%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동일부서 장기근무자는 2025년부터 순환근무 대상 직원 중 5% 이내 또는 50명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인사 관련 내부통제 모범규준 이행 수준은 금융사마다 다르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장기근무자 비율은 하나은행이 6%(702명), 국민은행이 5.15%(842명)로 목표치에 미달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0.39%(52명), 우리은행은 0.04%(6명) 수준으로 의무비율을 달성했다.
올해 6월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준법감시·지원조직 인력의 전체 임직원 수 대비 비중은 0.4%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연합회의 ‘인사 관련 내부통제 모범규준’에 따른 연도별 목표비율에 달하는 수준이다.
비율만 맞추면 끝?…‘3000억 횡령’ 경남은행, 장기근무자 비율 0.54% ‘최저’
하지만 이처럼 의무비율에 맞춰 준법감시지원 업무자 수를 늘리고, 동일업무 장기근무자를 줄였다고 해서 금융사고가 감소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량적 지표만 맞추는 방법으로는 내부통제 부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컨대 4대 시중은행과 6개 지방은행 중 준법감시부서 인력 규모가 83명(0.6%)으로 가장 큰 신한은행에서도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0억 원이 넘는 횡령사고 5건이 적발됐다. 신한은행 다음으로 준법감시부서 인력이 많은 KB국민은행(71명·0.4%) 역시 올해 7월 기준 2억2300만 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1건 드러났다.
지난달 3000억 규모의 횡령사고가 적발된 경남은행은 준법감시부서 인력이 전체 임직원 2246명 중 23명으로 1.02%에 달했다. 이는 4대 은행보다 높고 은행연합회의 인사 관련 내부통제 모범규준 상 2027년 말 기준 목표 비율인 1.0%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미 4년 뒤 목표 비율까지 충족한 경남은행에서 금융권 역대 최대 규모의 사고가 난 것이다.
경남은행의 사례는 동일 업무·부서 장기근무자 수 역시 적다고 해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업무를 15년간 담당한 직원의 횡령 사실이 드러난 경남은행의 7월 기준 동일업무 장기근무자는 12명으로, 전체 직원의 0.54%에 불과했다. 이는 지방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인사 관련 목표 비율을 맞추는 것에서 나아가 내부통제 시스템 자체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효성을 높일 방법으로는 금융당국이 앞서 6월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으로 마련한 ‘책무구조도’ 도입이 꼽힌다. 책무구조도란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에 따라 사전에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를 뜻한다. “내 책임인지 몰랐다”는 식의 회피를 막고 내부통제제도의 마련뿐 아니라 이행과 관리도 제대로 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지난달 11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와 조율을 거쳐 해당 내용이 담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감독원의 감독 인력은 모든 은행을 실시간으로 감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은행 등 금융사가 스스로 내부통제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에 국회를 통해 발의된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국감…수장들 ‘내부통제’ 관련 발언ㆍ은행 CEO 출석 여부 주목
이달 10일부터 열리는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금융사 내부통제와 관련해 금융위와 금감원 수장들이 어떤 발언을 하는지 살펴야 한다. 지난해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내부통제 미 마련과 관련된 의무를 부과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리, 준수에 대한 의무와 관련해 지배법 상 근거를 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을 강하게 갖고 있고, 좀 더 연구해서 정무위에 보고를 드리려고 준비 중이다”라고 했다. 이 원장의 발언은 올해 6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사 내부통제 제도 개선 방안’의 취지와 맞닿아 있다.
올해 국감에서는 지배구조법 개정안 통과 이후 금융사들의 책무구조도 도입 시기와 앞서 금감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은행 내부통제 혁신안 실천 시기, 관리 감독 강화방안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은행 CEO들의 국감 출석 여부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정무위원회가 이달 4일 의결한 증인명단에 따르면 금융권 내부통제 문제와 관련한 증인은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뿐이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이달 9일부터 15일까지 모로코에서 열리는 IMF와 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하느라 출석하지 못한다. 5대 은행장과 지방은행장 등도 명단에서 빠졌다.
이달 17일 열리는 금감원 국감과 27일 금융위ㆍ금감원 종합감사에서 은행장들이 증인으로 추가 채택될지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금감원 국감에는 5대 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의 은행장들이 모두 일반 증인으로 참석했다.
4일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증인명단을 의결하며 “금융권 내부통제 문제가 가장 큰 이슈이고 관심 있는 부분인데, 그런 부분들과 관련된 증인들은 현재 지금 다 빠져있는 상태”라며 “종합 국감 때 다시 여야 간사 의원들이 관련된 논의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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