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KBO리그에서 외국인 타자가 헤드 퍼스트를 슬라이딩하는 모습은 흔한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LG 오스틴 딘은 다르다. 그는 시즌 22홈런을 기록할 만큼 장타력을 겸비한 선수지만 항상 전력 질주하 온몸을 던지는 허슬플레이로 팀 사기를 끌어올린다. 그리고 화끈한 세리머니로 팬들의 함성을 끌어낸다.
오스틴은 길고 길었던 ‘LG 외국인 잔혹사’를 끊은 선수며 LG 트윈스 역대급 외국인 선수 이름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활약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그랬다. 오스틴은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더블헤더 1.2차전 모두 4번 타자로 풀타임 출전했다. 특히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상대 실책을 틈타 3루까지 뛰며 선취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상황은 이랬다. 2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오스틴은 KT 배제성과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배제성의 142km 직구에 힘차게 배트를 돌렸고 타구는 투수의 정강이를 맞고 옆으로 흘렀다. 배제성은 고통을 참으며 재빨리 송구했지만, 송구 실책을 범했다. 그 사이 오스틴은 2루를 밟고 거침없이 3루로 뛰었고 슬라이딩을 하며 3루 베이스를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너무 빨리 달린 나머지 제어를 하지 못했고 두 손으로 베이스를 잡고 멈춘 것이다. 그런데 이후 그의 세리머니에 LG 더그아웃은 물론 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깜짝 놀라며 박장대소했다.
오스틴이 3루 베이스를 두 손으로 움켜쥔 채 그라운드에 누워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다소 민망한 세리머니를 한 것이다. 오스틴의 돌발 행동에 태그를 시도하던 KT 3루수 장준원은 고개를 돌려 웃음을 참기도 했다.
하지만 오스틴의 세리머니는 길지 않았다. 자신의 타구에 맞고 쓰러진 배제성을 본 뒤 세리머니를 멈췄고 자리에서 일어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봤다. 고통을 참고 계속해서 투구를 어이가겠다던 배제성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응원하기도 했다.
이날 LG는 오스틴의 적극적인 주루 이후 오지환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 때 선취득점에 성공했고 이 득점을 끝까지 지켜 3-0으로 승리했다.
한편 오스틴은 올 시즌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2(10위) 154안타(4위) 22홈런(3위) 92타점(2위) 81득점(7위) 7도루 OPS 0.885(6위)로 LG 타선을 이끌고 있다. LG가 이렇게 1위를 질주할 수 있는 건 오스틴의 공이 크다. LG는 오스틴의 활약을 앞세워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우승이라는 숙원사업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2일 현재 LG의 한국시리즈 직행 ‘매직 넘버’는 3이다.
[몸을 아끼지 않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3루를 밟은 뒤 ’19금 세리머니’로 깜짝 놀라게 한 오스틴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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