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그룹은 제네시스의 브랜드화에 성공하고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규모를 늘려나가고 있다. 브랜드화의 목적은 라인업의 확장이고, 21세기 자동차 시장의 주축은 크로스오버다. 이전 세대의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고급 세단’을 내세우는 전략이 정석이었다. 하나 제네시스가 타깃으로 하는 주요 시장은 ‘도심형 SUV’시장이다. 제네시스는 GENESIS의 ‘G’에 VERSATILE(다목적의) 을 의미하는 ‘V’를 덧붙인 ‘GV’ 시리즈로 SUV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제네시스가 시장을 뒤따르는 패스트 팔로워의 위치에서 시장은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가 되기 위한 전략은 빠른 ‘전동화’라고 볼 수 있다. 내연기관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내세웠던 레거시 브랜드들을 제칠 수 있는 좋은 시기다. 이미 주력 차종은 GV70과 G80을 순수 전기차로 파생시킨 바 있고, 앞으로 GT90과 GV90 등 플래그십 급 순수 전기 차종들이 출시될 예정이라 한다. 이미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의 EV 전용 플랫폼 ‘E-GMP’를 통해 양산한 ‘GV60’이라는 순수 전기차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GV60의 인지도와 판매량이 약세라는 점이다.
우선 한국 시장에서는 낮은 가격을 앞세우는 아이오닉 시리즈와 기아의 EV6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GV60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만큼 타 차종에 비해 계약 건이 적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 차이가 상당한 편이며, 심지어는 생산 적체 및 출고 지연 문제 또한 심각하다. 간신히 소화되는 물량 들도 북미를 비롯한 해외시장 수출에 집중해 왔다. 국내 시장에서 제네시스 G80이나 GV80 등 오히려 양산 브랜드의 세단이나 SUV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모습과는 대비된다.
애당초 수요가 많지가 않으니 생산량을 급격히 증가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소비자들이 굳이 전기차 라인업 중에서 GV60을 택해야 할 이유는 많지 않다. 섀시와 동력 계통에 E-GMP 플랫폼을 사용하는 여타 전기차들과 차이를 두더라도,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차이를 느끼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애당초 저속에서는 소음도 없으니 내연기관 시절 대비 차별점을 두기가 어렵다. 더구나 전기차 플랫폼은 고가의 변속기 성능과 무게 배분에 대한 제약 자체가 사라지다 보니 프리미엄 브랜드로써 ‘GV’라인업이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급격히 감소한다.
실내 소재가 타 E-GMP 라인업에 비해 고급스러운 건 맞다.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도 수준급이다. 하지만 선뜻 수백만 원의 부가가치를 덧붙이기는 어렵다. 더구나 고가의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조금은 이미 50%가량 삭감되었다. 양산 브랜드의 전기차와 차이는 축소되면서, 가격에 대한 절대적 차이는 극대화되니 고가의 전기차를 선택하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이제는 수입차 브랜드들도 다양한 라인업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으니 판매 간섭도 상당해졌다. 또한 가격대가 겹치는 아이오닉 5 N을 비롯한 고성능 전기차들도 속속들이 등장하는 추세이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이 아쉬웠다. E-GMP 전용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GV60의 실루엣은 여타 현대차 그룹의 전기차 라인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제네시스가 내세우는 디자인의 차별점은 ‘역동적인 우아함’이었다. 후륜구동 자동차의 경우 롱 후드 숏데크 스타일링을 구현할 수 있는데, 전기차의 경우 엔진룸이 사라지다 보니 공간적 손실을 감내하며 보수적인 비율을 유지할 필요가 없기는 하다. 하지만 진정 ‘멋’을 추구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기 SUV라면 어느 정도 멋을 위한 희생을 수반하는 게 더 많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 같다.
GV60의 마이너 체인지가 큰 폭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다. 계약 건이 이탈되고, 출고가 감소하면서 생산량 및 판매량이 함께 축소된다는 가정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그룹이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제네시스는 한국 시장이라는 주요 무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과도기의 시점에서 제네시스 GV60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지는 못하는 듯 하나, 제네시스 사업부의 냉철한 시장분석과 상품 기획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든지 승산은 있을 것이다.
EV라운지 파트너 필진 유현태 evloun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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