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잘하는 분들의 무대 그 자체로도 좋다. 현장에서의 리액션은 모두 즉흥적으로 나오는 것”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JTBC 디지털 콘텐츠 ‘비긴어게인’은 지난 2020년부터 유튜브를 통해 공개 중인 음악 콘텐츠로, 가수들이 국내 곳곳을 찾아 버스킹을 하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회차에서는 김성규, 선우정아가 순천의 프랑스 정원에서 무대를 선보였으며, 장기하는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을 찾아 라이브 무대를 꾸몄다.
당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해외로 떠난 가수들의 버스킹 도전기를 그린 JTBC의 TV 예능프로그램으로 먼저 시청자들을 만났지만, 코로나19로 프로그램이 중단됐다. 이에 국내로 방향을 틀고, 유튜브로 무대를 옮겨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프로그램의 방향성은 당초 기획과 조금 바뀌었지만, 국내의 아름다운 장소들을 소개하며 더욱 다양한 가수들의 무대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지금 프로그램이 3년 정도 이어졌다. 해외 버스킹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코로나19 시기에 해외에 나가서 촬영을 할 수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던 중 국내에도 좋은 장소가 많으니, 국내를 찾아가 버스킹을 하는 기획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현재 작년부터 프로그램을 맡아 연출 중이다.”
야외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과정에 오롯이 집중한다. TV 예능프로그램이었다면, 준비 과정부터 무대를 선보이기까지의 우여곡절도 함께 담겼겠지만, ‘비긴어게인’에서는 가수들의 무대만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실력파 가수들의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는 것 그 자체가 ‘비긴어게인’의 강점이 되고 있다.
“노래 잘하는 분들이 나오시니까, 그 자체로도 좋다. 현장에서 관객들이 앙코르를 외치거나, 이런 것도 모두 즉흥적으로 나오는 것들이다. 장기하 씨가 공연을 했을 땐 앙코르를 세 번이나 외쳐주셨다. 못 보내겠다고 앙코르를 외치시고, 장기하 씨는 나중엔 장난스럽게 질려하기도 하셨다. 그런데 그 과정 자체가 정말 즐겁게 이어지는 것이다.”
장기하처럼, 아름다운 환경에서 관객들과 가깝게 소통하는 ‘비긴어게인’은 가수들에게도 높은 만족감을 선사하고 있다. 여기에 김성규-선우정아, 장혜진-솔라 등 선후배 가수들의 콜라보 무대 등 가수들 또한 그간 해보지 못했던 여러 소중한 경험을 얻어가고 있다.
“가수들도 관객들 이 정도로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무대라서 좋다는 말씀을 하신다. 표정도 다 보이고, 관객들의 리액션이 바로바로 전달이 된다. 또 가수들께서 보통 3명, 또는 4명 정도가 함께 버스킹을 하게 되는데, 이때 무대를 함께 꾸미기도 한다. 노래를 잘하시는 분들이 모여 시너지가 나기도 하고, 분위기와 맞물려 더 멋지게 완성이 되는 경우들도 있다. 이런 것들이 우리 프로그램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과 가수는 물론, 김 PD를 비롯한 스태프들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힐링 중이다. 물론 섭외 과정부터 장소 물색까지. ‘비긴어게인’을 완성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이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수 있는 새로운 장소에서 완성도 높은 음악을 경험하는 것은 그들에게도 ‘힐링’의 시간이 되고 있다.
“파일럿 토크 프로그램도 연출했었고, ‘크라임씬’ 시즌3, 6과 ‘썰전’ 마지막 시즌 등을 담당하면서 10년 동안 본격적인 음악 프로그램을 한 번도 못했었다. 처음엔 음악 PD가 되고 싶었는데, 돌고 돌아 음악 프로그램을 하게 된 거다. 항상 공연장을 가는 것이지 않나. 그것도 바로 앞에서 생생한 라이브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한 무대들은 그대로 ‘비긴어게인’만의 자산이 되고 있다. 팬들은 물론, 음악 마니아, 일반 시청자들까지 꾸준히 이 채널을 찾는 원동력이 되는 것. ‘비긴어게인’의 제작진 또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제공을 하는 등 이를 영리하게 활용하며 ‘비긴어게인’의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노래는 계속해서 나오니까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것 같다. 한번 녹화를 하면, 한 버스킹에서 10곡 정도는 부르게 된다. 하루에 2개의 녹화를 하면 20곡 정도가 매달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게 아카이브가 된다. 노래가, 영상이 점점 쌓이는 것이다. 저희 팀에서 코너 중 하나로 플레이리스트를 선보이기도 한다. 테마를 잘 정하고, 노래도 잘 선곡해 주셔서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분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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