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기도 화성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설계1동에서는 ‘2023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행사가 열렸다. 이날 제작부문 대상을 받은 ‘H-센스’팀이 공개한 아이디어는 ‘데이지’다. 이는 시각장애인 대중교통 이동편의를 위한 무선통신 측위기술 기반의 햅틱 네비게이터다.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지팡이에 위치정보 전달장치인 비콘을 설치했다. 간단히 말해 지팡이와 버스가 통신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버스의 정확한 도착시간, 정차·출입문 위치 등을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장애인이 탑승할 것이라는 정보도 버스기사에게 미리 전달된다. 비콘 설치 비용은 1대당 10만원 가량으로 ‘당장이라도 실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김용화 현대차·기아 CTO 사장(가운데)이 2023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왼쪽부터) 시나리오 대상 ‘의좋은 오누이’ 이동경, 김희철, 문선회 책임연구원과 제작 부문 대상 ‘H-센스’ 김혜리, 박재희 연구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눈’ 지팡이가 버스 위치 찾아준다면…현대차·기아 연구원이 선보인 ‘따뜻한 기술’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현대차·기아 임직원들의 사내 공모전이다. 마음이 맞는 연구원들이 2~4명이 한 팀을 이뤄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를 실물로 제작해 발표한다. 회사는 5개월간 제작 비용과 공간 등을 지원한다. 2010년부터 매년 진행돼 올해 14회째를 맞았다.
올해 주제는 ‘세상을 바꾸는 마음 따뜻한 기술’이다. 기술이 가진 창의성 뿐만 아니라 사회약자를 배려한 지 여부가 심사에서 집중 반영됐다. 김용화 현대차·기아 CTO(최고기술책임자) 사장은 “우리가 만든 모빌리티는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부문 대상을 수상한 ‘의좋은 오누이’팀도 장애인의 이동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수동휠체어와 공유킥보드를 연결하는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장애인은 대중교통을 타는 시간 보다, 타러 가는 시간이 더 걸린다’는 문제 인식이 호평을 받았다. 이 프로젝트에는 모빌리티프로젝트팀, 안전성능선행개발팀, UX전략팀, 내장디자인팀 등 다양한 부서 연구원들이 뭉쳤다. 프로젝트명은 ‘백설이와 퀵요정’. 김희철 책임연구원은 “사회인프라를 활용해 백설공주를 돕는 일곱요정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빠른 기간내 상용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현대차·기아가 보유한 기술만 활용한 점이 경영진과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관심을 받았다.
제작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너의 눈, 귀, 입’팀은 현대차·기아 최신 전기차에 탑재된 디지털 사이드 미러(DSM)에 주목했다. 이를 활용해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소통 시스템을 선보였다. DSM이 운전자의 손짓을 인식하고 분석한 다음, 자동차 범퍼 등에 마련된 외부 스피커를 통해 음성으로 송출한다. 자동차에 내리지 않고 음식을 주문하고 받는 드라이브 스루가 청각장애인에게는 불편한 시스템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기아 전용전기차의 널찍한 실내공간을 활용한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라이프 딜리버리’팀이 선보인 ‘찾아가는 인공신장실’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를 긴급 투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개조했다. 조수석과 2열을 가로지르는 시트에 환자가 누워서 투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진단 장비는 ‘V2L’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는다. 환자의 바이탈·투석 상태 등 의료 정보는 커넥티비티 시스템으로 병원에 있는 의사에게 전달돼 실시간으로 원격진료를 받는 상황도 시연했다. 김태용 이노션 부사장은 “의료진 동행이 필요할텐데 이같은 법률적 문제만 해결되면 좋은 아이디어 같다”고 말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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