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구창모(NC)와 이의리(KIA). 광현종 적통 후계자로 꼽히는 이들이 하루 간격으로 국가대표팀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이들이 광현종 후계자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무대 하나가 사라졌다.
구창모와 이의리가 KBO리그에서 광현종을 이을 좌완 에이스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광현종은 2007년부터 수년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헌신해왔다. 그리고 잘 던졌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이제 대표팀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면서, 구창모와 이의리가 검증을 제대로 받을 판이 깔렸다.
갈 길이 멀다. 구창모는 지난 겨울 NC와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7년 최대 125억원 혹은 6+1년 132억원 조건이었다. 실제 건강한 구창모는 리그 최정상급 좌완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패스트볼과 변화구가 거의 똑 같은 폼에서 나오며, 스피드와 정교한 커맨드를 겸비했다. 문제는 그 모습을 꾸준히, 오래 못 보여준다는 점이다.
결국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탈락도 특유의 내구성 약점이 발목을 잡았다. 후자 계약을 소화할 방침이다. 전완근 부상으로 3개월 넘게 재활하다 급하게 2군에서 불펜으로 복귀해 145km를 찍었다. 그러나 국제대회서 불펜으로 연투가 가능하다는 보장은 없다. 결정적으로 선발 등판이 불가능하다.
구창모의 국제대회 성적은 초라하다. 2017년 APBC 2경기에 등판해 1⅓이닝 2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2실점했다. 2023 WBC서는 역시 2경기서 1⅓이닝 3피안타 1탈삼진 2실점했다. 합계 4경기서 2⅔이닝 4실점 평균자책점 13.50.
이의리는 데뷔 첫 시즌 덕아웃 계단에 발목을 헛디뎌 어이없이 시즌아웃 되는 아픔을 맛본 뒤 착실하게 2~3년차 시즌을 보냈다. 2년 연속 10승을 찍었고, 큰 부상 없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단, 올해 물집 이슈가 몇 차례 있었고, 어깨 이슈로 한 차례 등판을 건너 뛰었다. 그래도 24경기를 건강하게 소화했다.
국제대회 경험도 착실히 쌓고 있다. 도쿄올림픽서 2경기에 등판해 1패를 안았으나 10이닝 9피안타(2피홈런) 18탈삼진 4사사구 5자책했다. 반면 WBC서는 1경기서 ⅓이닝 1탈삼진 3볼넷 무실점으로 존재감이 떨어졌다. 국제대회 통산 3경기서 1패 10⅓이닝 5자책 평균자책점 4.35.
김광현과 양현종도 지난 WBC서 좋지 않았다. 그래도 두 사람은 15년 가까이 되는 국제대회 커리어에서 17경기, 11경기에 등판한 공헌을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국제대회서도 통한다는 걸 보여줬고, 그걸 토대로 미국 무대에 진지하게 도전한 시간도 있었다.
구창모와 이의리는 국제대회서 한창 커리어를 쌓아야 할 시기에 부상과 부진으로 각각 항저우아시안게임행이 좌절되는 아픔을 맛봤다. 두 사람에게 광현종처럼 10~15년간 대표팀에서 헌신할 기회가 주어질까. 국내에서도 검증을 받아야 할 부분이 남았는데 국제대회는 갈 길이 멀다. 광현종처럼 우선 국내에서 꾸준히 ‘대체 불가’ 이미지를 심어준 뒤 국제대회서 보여주는 게 맞다. 구창모와 이의리는 현 시점에선 그냥 좋은 좌완투수들이다. 물론 광현종 후계자에 가장 가까운 투수들인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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