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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금지법’ 국회 논의 급물살…’김건희법’ 네이밍 역풍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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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지지부진하던 ‘개 식용 금지법’ 국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회에서 이례적으로 여야 의원 44명이 모여 지난달 23일 ‘개 식용 종식 촉구 결의안’을 함께 발의한 데 이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까지 발족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입법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탄력을 받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김건희 여사의 이름을 붙여 법안을 추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역풍 우려도 제기된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개 식용 종식 촉구 결의안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결의안은 국회는 2021년 발족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의 실질적 책임 단위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하고 올 10월까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논의되는 로드맵에 따르면, 이르면 11월 늦어도 연내에는 개 식용 종식과 관련된 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결의안은 동물복지국회포럼(이헌승·박홍근·한정애 공동대표)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만들어졌다.

결의안이 발의된 이후에도 국회에서는 개 식용만 금지하는 특별법이 계속해서 발의되는 등 관련법 처리에 대한 입법 열기도 뜨겁다. 이달에만 개 식용 금지 특별법(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안),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윤미향 무소속 의원안) 등이 발의됐다. 앞서 이헌승·한정애 의원이 개 식용 금지 및 폐업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을 냈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도 나왔다. 이외에도 동물보호법 개정안이나 축산법 개정안 등도 다수 발의된 상태다.

사실 개 식용 금지를 위한 법안은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20대 국회에서도 ‘식용견 농장의 단계적 폐쇄 및 보상(이정미 의원안)’, ‘개 식용 종식을 위한 법안 발의(표창원 의원안)’, ‘개·고양이 도살·처리 및 식용 판매 금지 법안(한정애 의원안)’ 등 관련법이 발의되는 등 꾸준히 제기됐던 사안이다. 다만 관련법 등은 대부분 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통과가 어려운 이유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가 컸다. 대부분이 개를 먹는 행위 자체는 반대하지만, 법안으로 이를 금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국민의힘이 최근 여의도연구원을 통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개 식용 자체에 대한 의견은 찬성(약 40%)보다 반대(약 60%)가 높았지만, 개 식용 금지 법제화는 찬성(약 40%)보다 반대(60%)가 더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으로까지 정해서 금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국민들이 주저하는 것이다.

다만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한 입법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대만의 개 식용 금지와 관련한 ‘동물보호법’개정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2020)’에 따르면 2017년 대만은 ‘동물보호법’을 통과시키면서 개와 고양이의 식용을 금지했다. 이에 앞서 2000년부터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입법 조치를 해왔다. 대만에서는 2001년 경제적 목적의 반려동물 도살 행위 금지를 처음으로 시행했고, 2007년 개·고양이 도살과 동물 사체 판매 행위 금지 입법을 관철한 뒤 2015년 식용을 목적으로 개·고양이 도살 행위에 대해 1년 이하 징역 등 처벌 수준을 점차 강화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 개 식용 금지를 공약으로 제시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입법 논의에 있어서는 토론회·세미나 등을 여는 등 여론화에 있어 뒷짐을 지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김 여사가 관련 발언 등을 내놓은 뒤부터는 다급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 4월 김 여사가 ‘개 식용을 임기 내 종식시키겠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자 조수진·태영호 의원은 이틀 만에 개 식용 금지 관련 법안을 내놨다. 한발 더 나아가 관련법을 김건희법으로 명명하려는 움직임도 나왔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4일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이 발족하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건희법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일련의 이슈화 과정은 기존의 입법적 난관에 새로운 논란을 덧붙였다. ‘김건희법’이라는 법안 명명 방식이 되려 거부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15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 입장에서 보면 김건희법이라고 이름이 돼 있으면 통과시키고 싶어도 어떻게 통과시키겠느냐”며 “김건희 여사랑 굉장히 다각도로 지금 각을 세우고 있는데 법안 이름이 김건희법이면 찬성 쉽게 누르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대통령을 무슨 신적 존재로 떠받들며 천재적 아부를 하던 자들이 이제는 대통령 부인에게까지 천재적 아부를 한다”면서 “명색이 헌법 기관이라는 사람들이 이런 한심한 작태를 보이니 ‘자유민주주의’가 ‘공산 전체주의’로 퇴보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모임을 이끄는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서 “과거에 사람 이름을 딴 법안들이 가장 많이 있었다. 그게 국민에게 쉽게 홍보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국민의힘은 당론 여부를 놓고서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4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론으로 개 식용 금지법 추진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당론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 여전히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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