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노동조합이 역사상 처음으로 ‘빅3’ 자동차 기업을 대상으로 동시 파업에 나섰다. 전기차 전환이 한창인 가운데 고용 조건을 둘러싸고 노조와 사측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까닭이다. 노조는 한미 합작 배터리 공장에도 노조원들의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배터리 업계도 미 파업 사태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15일(현지 시간)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제너럴모터스(GM) 미주리주 웬츠빌 공장, 포드의 미시간주 웨인 공장, 스텔란티스 오하이오주 털리도 공장에서 파업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11시 59분까지 노사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파업 지정 공장에선 직원들이 피켓을 들고 일제히 걸어 나왔다. 노조원 약 1만2700명이 파업에 참여하게 된다. 숀 페인 UAW 노조위원장은 “우리는 88년 역사상 처음으로 3사 동시 파업에 나선다”며 “지금이 우리 세대를 결정짓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파업 지정 공장이 GM의 GMC 캐니언, 포드의 브롱코, 스텔란티스의 지프 등 각 사의 수익성 높은 차종 생산 시설이라 제조사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가 계속 평행선을 달린다면 전면 파업으로 확대될 우려도 있다. 이 경우 하루 5억 달러(약 66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노조는 4년 동안 임금 40% 인상과 고용 안정, 공장 폐쇄 저지와 배터리 합작사 노조 일자리 확보 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임금 인상 폭을 최대 20%로 제시했을 뿐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평행선을 걷고 있는 상태다.
대선을 앞두고 노조와 경합주인 ‘러스트벨트’ 지역 민심이 필요한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노조 지도부와 통화했다고 전했다.
UAW는 미 자동차 3사와 한국 배터리 기업이 합작해 만든 공장에도 노조원 일자리를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노조 일자리 확대 차원에서 이를 찬성하고 있어 파업 장기화 시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태다. 다만 현대·기아차의 미 완성차 공장에는 노조가 없어 직접적 영향권에선 벗어나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업의 직접적인 영향보단 파업 장기화와 북미 자동차 시장에 미칠 중장기적 악영향이 국내 자동차 업계의 주된 관심사”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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