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기영 감독 유족이 영화 ‘거미집’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다. 영화를 연출한 김지운 감독이 주인공인 ‘김감독’을 모티브 삼은 고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해 인격권과 초상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제작사는 보편적인 창작자의 모습을 투영한 허구의 캐릭터라고 반박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부장판사 임해지)는 고 김기영 감독의 차남 김동양씨 등 3명이 ‘거미집’ 제작사 등 4명을 상대로 제기한 영화상영금지 가처분 소송 첫 번째 심문 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유족은 배우 송강호가 연기한 김감독 캐릭터에 관해 지적했다. 유족 측은 “김지운 감독이 과거 인터뷰에서 김기영 감독을 모티브로 했다고 말했고, 지난 5월 열린 제76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영화가 초청됐을 때 배역 이름은 김감독이 아니라 김기열이었다”고 주장했다.
제작사 측은 “김감독을 김기영 감독을 모티브로 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뿔테 안경과 파이프 담배 등의 설정이 김기영 감독을 연상시킨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1970년대 당시 영화감독의 모습을 일반적으로 묘사한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영화 ‘거미집’ 상영 전 ‘특정 인물과 관계가 없다’는 안내 자막을 송출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 차례 조정기일을 지정해 오는 18일 오전 10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영화 ‘거미집’의 제작사 앤솔로지 스튜디오 측은 14일 “김기영 감독님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영화인으로서 유가족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만 ‘거미집’에 묘사된 주인공은 시대를 막론하고 감독 혹은 창작자라면 누구나 가질 모습을 투영한 허구의 캐릭터”라고 거듭 입장을 밝혔다.
제작사는 또 “인터뷰에서 김기영 감독님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 아니라고 밝혀왔고 홍보에 사용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선 유가족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데 집중하고, 앞으로 진행되는 홍보 마케팅 과정에서도 오인의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거미집’은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영화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김지운 감독은 “팬데믹 이후 영화가 멈추고 한국영화가 위축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어떻게 하면 한국영화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과 의미를 영화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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