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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65세 이상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가 된 일본. 세계 최초로 초고령 사회에 이름을 올린 일본은 생활 곳곳에서 노인 인구 비율이 높다는 점이 피부로 느껴진다. 특히 도시 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교통 및 이동 인프라에서 노인 인구를 배려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14일 일본 보험업계에 따르면, 70세 이상이라면 차를 운전할 때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별도의 마크를 차에 부착해야 한다. ‘고령자 마크’라고 하는 이 제도는 1997년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으로, 처음에는 75세 이상의 운전자를 그 대상으로 했지만 2002년부터 대상 나이가 70세로 낮아졌다. 다만 모든 70세 이상의 운전자가 ‘고령자 마크’를 의무적으로 붙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연령에 따라 발생하는 신체 기능의 저하가 자동차 운전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만 마크를 붙이도록 되어 있다.
이 마크를 부착해야 하는 위치는 초보 운전자라는 사실을 나타내는 마크와 마찬가지로, 지상으로부터 0.4m이상 1.2m 이하의 위치에 차체 전면 또는 후방에 1장씩 붙여야 한다. 주행에 방해되는 앞 유리나 앞쪽 측면 유리에 붙이는 것은 법 위반으로, 대부분 보닛이나 차량 후미등 옆에 붙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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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시청은 고령자 마크 부착을 대상 운전자가 지켜야 할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만 2009년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의거,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처벌을 하지는 않고 유예한 상태다. 다만 해당 법에는 고령자 마크를 붙인 차량이 주변에 있을 때 다른 운전자는 배려 운전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령자 마크’를 붙인 차를 대상으로 무리하게 차선 변경을 하거나, 가깝게 붙여 대는 등의 난폭 운전을 할 경우 위반 차량은 범칙금과 벌점을 함께 받게 된다.
한편 철도 교통망이 촘촘한 일본은 고령자가 열차를 이용할 경우에도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인프라를 마련해 두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휠체어 사용자에 대한 배려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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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동일본을 포함한 일본의 철도회사는 홈페이지 등에 이동약자를 위한 정보를 별도로 싣고 있다. 아울러 운영 중인 모든 역의 배리어 프리 정보도 공개하고 있다. 휠체어로 이동하는 이가 자신의 동선을 미리 알려 준다면, 승하차 역의 역무원은 이동 약자의 개찰과 이동 등 승·하차 지원을 최우선 업무로 대응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플랫폼 선단과 열차 사이의 틈이 넓은 역사는 역무원이 직접 열차와 플랫폼 사이의 단차를 메우는 휠체어용 슬로프를 직접 설치해 이동 약자를 지원한다는 부분이다.
서울 지하철 일부 역사는 여전히 엘리베이터 등 배리어 프리 인프라를 완벽하게 갖추지 못하고 있다(2022년 4월 기준, 93.6%)는 점을 감안한다면, 노인이나 장애인 등 이동약자의 권리를 배려하는 일본의 시스템은 선진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일본도 예전부터 지금과 같은 배리어 프리 상태가 갖춰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학계에서는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이동 약자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급증하면서, 현재와 같은 인프라가 갖춰졌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 2005년 5월(공교롭게도 2005년은 일본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첫 해다.), ‘고령자, 장애인 등의 이동 원활화 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배리어 프리법)’을 개정하며 대중 교통기관을 대상으로 배리어 프리 정비 가이드 라인을 손 봤다.
도쿄=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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