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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밤 서정 물씬…’야경 맛집’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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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세종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 한국전통정원에는 창덕궁 후원의 주합루와 부용정을 재현한 솔찬루와 도담정이 있다. 가을 밤 조명이 켜지면 운치가 배가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가을은 밤이 예쁜 계절이다. 어둠이 내리면 은은한 달빛, 적당히 시원한 바람에 가슴이 뛰고 풀벌레 울음에 정신이 맑아진다.

◇ 국립세종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 도심형 수목원이다. 여느 곳처럼 산간 고지대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가기가 편하다는 얘기다. 이들과 비교해 규모도 못하지 않다. 축구장 90개 넓이에 25개 테마원을 갖췄다. 꼼꼼하게 구경하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 2020년 개장했는데 잘 꾸며진 정원에서 나무와 꽃을 보며 머리 식히려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지금은 세종의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32m 높이에 설치된 열대온실의 전망대나 스페인 알함브라궁전의 정원을 본뜬 지중해온실을 보려고 애써 찾아가는 여행자들이 적지 않다.

금강보행교
금강보행교 전망대에서 바라본 야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요즘 밤 풍경이 볼만하다. 오는 23일까지 금·토요일마다 ‘특별한 夜(야)행’이라는 타이틀로 야간개장이 진행 중이다. 야경의 압권은 한국전통정원. 세종에는 정부세종청사가 있다. 외국인이 많이 찾아온다. 이들에게 가장 한국적인 정원과 식물을 보여주려고 조성한 것이 한국전통정원이다. 서울 창덕궁 후원의 주합루와 부용정을 각각 실물크기로 재현한 솔찬루와 도담정이 여기 있다. 오래된 가람 지붕 위로 은은한 달빛이 내려앉는 풍경이 고즈넉한 정취를 더한다.

밤에는 유리온실도 화려해진다. 열대온실은 반딧불이를 형상화한 불빛이 한 가득이다. 열대 숲을 탐헌하는 기분이 제대로 든다. ‘피터 래빗의 비밀정원’ 전시가 한창인 특별전시온실에선 동화 속 캐릭터 피터 래빗과 LED 조명이 어우러진다.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호롱불을 들고 이리저리 산책할 수도 있다. 방문자센터에서 호롱불 대여가 가능하다.

세종에 가면 금강보행교도 들르자. 여기도 야경이 화려한 곳이다. 금강보행교는 이름처럼 금강 위에 놓인 원형의 다리다. 둥그런 모양 때문에 일명 ‘이응다리’로 불린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해를 기념해 길이를 1446m로 했다. 34m 높이의 전망대에선 다리와 금강, 도시 경관이 어우러진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국가정원 호수정원.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10월 31일까지 열린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남 순천만국가정원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10월 31일까지 전남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 순천 도심일원에서 한창이다. 이 가운데 순천만국가정원은 가을밤 쉬엄쉬엄 산책하기에 어울린다.

도시가 팽창해 천혜의 습지를 파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순천만과 도시 사이 공간에 조성한 정원이 순천만국가정원이다. 순천만습지까지 약 5km에 불과하다. 국가정원은 국립공원이나 국립수목원처럼 국가가 나서서 관리한다는 의미다. 박람회 기간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정원이 선보인다. 야경도 아름답다. 압권은 순천호수정원 일대. 순천호수정원은 순천의 산과 동천을 상징하는 6개 언덕을 상징화한 작품이다. 영국 출신의 유명 건축디자이너 찰스젱스가 설계했다.

작은 유람선이 호수정원나루터에서 동천테라스나루터를 운항한다. 약 20분 거리. 늦은 오후에 이걸 타면 노을이 깔리는 박람회장의 나른한 풍경을 물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박람회장 서문과 1주차장 인근 오천그린광장, 그린아일랜드, 물위의정원도 기억하자. 여기도 밤 풍경이 멋지다. 특히 5개의 정원을 연결한 물위의정원이 볼만하다.

(강원 원주) 가을밤에 찾기 좋은 간현관광지_원주시청 제공
간현관광지 ‘나오라쇼’/ 한국관광공사 제공

◇ 강원 원주 간현관광지

간현관광지는 오래된 유원지다. 1980년대만 해도 대학생들의 단골 엠티(MT) 장소였다. 경기 가평의 대성리, 강원 춘천의 강촌 등이 뜨면서 조금씩 잊혀지다가 2018년 1월 관광지 내 두 개의 산봉우리를 연결하는 높이 100m, 길이 200m의 소금산출렁다리가 놓이며 다시 주목 받았다. 이게 ‘대박’이 났다. 요즘 전국을 휩쓰는 ‘출렁다리 열풍’의 진원지가 바로 여기다.

간현관광지는 이제 소금산그랜드밸리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약 200m 높이, 깎아지른 산허리를 따라 잔도(험한 벼랑 같은 곳에 낸 길)가 생기고 소금산출렁다리보다 2배나 긴 소금산울렁다리도 놓였다. 장쾌한 전망의 스카이타워 전망대도 인기다.

오래된 유원지는 밤이 되어도 화려하다. 오는 10월 29일까지 금~일요일마다 야간개장 한다. 어둠이 내리면 은은한 조명을 받은 숲과 암벽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공중을 가르는 소금산출렁다리 역시 낮과 딴판인 분위기를 풍긴다. 소금산출렁다리도 야간 개방한다.

‘나오라쇼’가 백미다. ‘나이트 오브 라이트 쇼’를 줄인 말이다. 소금산출렁다리 아래 웅장한 절벽을 배경으로 지역 설화를 테마로 미디어 파사드, 60m 높이로 치솟는 분수 쇼, 빛과 음악이 어우러진다. 기암절벽 위로 꽃이 만발하고 폭포수가 쏟아지고 100여 개의 물줄기가 춤을 춘다.

통영 디피랑
디피랑 ‘비밀공방’. 대형 스크린을 통해 동피랑의 옛 벽화들을 미디어아트로 만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남 통영 ‘디피랑’

통영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22년 1호 야간관광특화도시(성장지원형)로 선정한 고장이다. 밤에 즐길거리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디피랑’은 통영의 내항인 강구안 인근 남망산조각공원을 중심으로 조성된 야간 경관 전시 공간. 약 1.4km의 탐방로를 따라가면 다양한 인터랙티브 콘텐츠, 미디어 아트 작품들이 나타난다.

전시되는 작품들이 흥미롭다. 벽화로 유명한 동피랑, 서피랑의 사라진 벽화들이 주제가 되는 것들이다. 동피랑과 서피랑의 벽화들은 2년마다 새로 그려진다. 이 때 사라지는 그림들을 다양한 형태로 되살려 ‘이상한 발자국’ ‘잊혀진 문’ ‘비밀 공방’ ‘빛의 오케스트라’ 등 15개의 테마에 맞춰 다시 선보이는 것.

‘비밀 공방’은 꼭 보자. 남망산 배드민턴장에 거대한 디스플레이를 설치하고 미디어 아트를 연출한다. 화명이 하도 커서 몰입감이 상당하다. 영상에는 동피랑과 서피랑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한때 동피랑을 상징하던 ‘천사 날개’도 있다. 탐방로 끄트머리의 ‘디피랑’도 볼거리다. 디지털 벼랑이라는 의미인데 영국의 고대 유적 스톤헨지를 연상시킨다.

강구안도 빼놓을 수 없다. 예부터 이름난 야경명소다. 동피랑벽화마을에서 보는 강구안의 밤 풍경이 그림 같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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